음악이 울려 퍼지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흡사 잔칫날 같은 예식에서 고요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바로 주례 시간. 이때만큼은 모든 하객이 귀 기울이며 사랑의 서약에 맹세하는 신랑과 신부를 바라본다. 하지만 감동과 불쾌는 한 끗 차이인 것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어떤 주례는 하객의 감동적인 눈물을 뽑아내고, 어떤 주례는 하객의 찌푸린 인상을 이끌어낸다. 분명 주례는 신랑신부의 축복을 위하는 말이건만, 왜 주례를 듣는 하객의 감정은 하나이지 않은 걸까.
 

사진 : 주례 이야기
사진 : 월간웨딩21 DB

▷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아마 결혼식장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주례 문구가 아닐까. 개그의 콩트 멘트로 사용될 만큼 식상함을 넘어서 진부해져 버린 멘트.

단어만 들어도 머릿속에서 자동 재생되는 이 구절이 식장에서 울려 퍼진다면 아마 반응은 두 가지일 것이다.

웃음이 터지거나, 하품이 나오거나. 노란 머리도 있고, 갈색 머리도 있고, 심지어 파란 빛 머리도 있는 지금 이 시대에, 도대체 우리는 언제까지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를 들어야 할까.


▷ 여자는 순종적이어야 하며...

얼마 전 들은 주례사에는 충격적인 내용이 들어 있었다. 내용은 ‘여성은 남편에게 순종적이어야 하며, 남편을 하늘같이 섬기고 집안 살림을 돌봐야 한다’였다.

이게 무슨 시대착오적 발언인가 하고 내 귀를 의심했다. 아니나 다를까, 다른 하객들도 술렁이기 시작했다.

주례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조선 시대 여성상을 읊었고, 그날의 주례는 대다수 하객에게 ‘최악의 주례’로 남았다. 심지어 신부까지 불쾌함을 느꼈을 정도니. 지금은 조선 시대가 아닌데 말이다.
 

사진 : 월간웨딩2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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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틋함을 담은 아버지의 한 마디.

최악이 있으면 최고도 있는 법. 보통 주례는 신랑신부의 은사나 정신적 지주로 삼을 만한 어른이 맡기 마련이다.

그 중엔 우리의 ‘아버지’도 있다. 아버지의 주례라, 쑥스러울 수도 있지만 그 어느 주례보다 진정성이 가득하다. 가장 진실한 마음으로 신랑신부의 행복한 앞날을 빌어주니 말이다.

그간 쑥스럽다는 이유로 숨겼던 애틋한 마음은 고스란히 주례에 담기고, 그 진정한 마음은 하객에게도 그대로 전해진다.

▷ 모두를 웃게 만드는 센스.

주례가 꼭 진중하고 무거울 필요는 없다. 예식의 예절을 망치지 않는 선에서 얼마든지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유쾌한 주례사를 얘기할 수 있다.

유쾌한 주례가 없어도 이미 행복이 가득한 결혼식이지만, 신랑신부의 감동적인 눈물까지는 아무도 막지 못한다.

그럴 때, 분위기를 환기하는 센스있는 주례사가 읊어진다면, 신랑신부도 고운 얼굴로 웃으며 식을 마칠 수 있지 않을까. 웃음은 해피 바이러스라고 하니까.

▷ 주례 없는 부부를 위한 특별한 혼인서약문

우리 두 사람은 오늘부로 하나가 되어 다시 출발하려 합니다.

뜻깊은 날 와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드리며, 여러분들 앞에서 저희의 혼인을 맹세하려 합니다.

우리 두 사람은 앞으로 변하지 않는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사랑할 것입니다.

함께하는 시간을 소홀히 여기지 않을 것이며, 어떠한 고난과 역경이 불어와도 서로 마주 잡은 두 손 놓지 않을 것을 약속합니다.

내 곁에 있는 당신을 늘 감사히 여기며 존중하고, 항상 당신 편에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숨 쉬는 모든 순간을 사랑할 것이며, 생이 다할 때까지 붙잡은 두 손을 놓지 않을 겁니다.

매 순간을 사랑하며 살며, 후회 없이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여러분 앞에 저희의 사랑을 맹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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