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DING TREND TALK

월간 <웨딩21> 창간 21주년을 기념해 특별한 모임이 열렸다. 웨딩 업계 각 분야 브랜드를 이끄는 대표들이 모여 최근의 웨딩 트렌드를 진단해보는 좌담회를 연 것.

오랜 세월 변화해온 웨딩 트렌드를 바라보며 그들이 느낀 점과 ‘요즘 웨딩 트렌드’에 대한 대화를 소개한다.
 

사진 : 박순옥 대표(클라라웨딩/웨딩드레스), 비키정 대표(와일드디아/웨딩연출, 플라워), 김보하 대표(더써드마인드 스튜디오/사진), 한송 대표(청담동 미용실/헤어메이크업)
사진 : 박순옥 대표(클라라웨딩/웨딩드레스), 비키정 대표(와일드디아/웨딩연출, 플라워), 김보하 대표(더써드마인드 스튜디오/사진), 한송 대표(청담동 미용실/헤어메이크업)

▶ 요즘 신랑신부를 고객으로 만났을 때 느끼는 차이, 변화는 어떤 것인가요?

▷ 박순옥 대표(클라라웨딩/웨딩드레스)

소비자들이 저와 나이 차가 많아요. 최근에 책 <90년생이 온다>를 읽었어요. 비즈니스와 소비 생활 모든 게 디지털화되고, 사고방식과 쓰는 언어도 변화했어요.

적응하기 힘든 면도 있고, 따라 가기 어려운 점도 있는데 우리는 작품과 소비자 만족의 접점을 찾는 직업이잖아요.

늘 그 지점을 생각해요. 전에는 서너 달 작업한 예쁜 드레스를 잡지에 싣는 형태였다면 지금은 작업 단계부터 과정마다 SNS에 올려야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어요.

예전에는 소개로 오고, 플래너 추천으로 오고, 웨딩박람회에서 보고 찾아왔다면 지금은 신랑신부가 같이 열심히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아요.

신랑 참여도가 높아진 것도 큰 변화예요. 그래서 응대하기가 더욱 까다로워요. 예전에는 원장이 상담하는 걸 선호했다면 요즘은 젊은 상담자를 선호하죠.

▷ 비키정 대표(와일드디아/웨딩연출, 플라워)

확실히 요즘 세대들은 좋고 싫음이 분명해요. 무언가 제안할 때 명확해요. 좋고 싫은 게명쾌하니까 오히려 진행하는 게 훨씬 편해졌어요.

▷ 박순옥 대표(클라라웨딩/웨딩드레스)

그래서인지 뒷말(?)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게 줄었어요.

예전에는 신랑신부가 불만을 표현하지 않다가 나중에 뒤에서 말이 나오는 일이 왕왕 있었는데 요새는 앞에서 돌직구로 이야기하니 뒤탈이 줄어 편해진 면도 있어요.

▷ 김보하 대표(더써드마인드 스튜디오/사진)

신랑신부가 많은 것을 주도하는 분위기죠, 그런데 작가로서 느끼는 문제가 있어요.

예를 들어 전문가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적어지는 거죠. 이건 플래너 컨설팅이 생기면서부터라고 생각해요.

한국의 웨딩플래너는 진짜 플래닝을 한다기보다 에이전시, 상담원 개념이다 보니 고객에게 진정한 플래닝이 이뤄지지 않아요.

그러니 고객이 플래닝을 압도하고, 그게 문제가 되는 거죠. 전문가는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각각에게 어울리는 사진이나 드레스를 권하는데, 본인들이 맘에 들지 않으면 안되는 거죠.

정말 좋은 사진, 전문가 눈에 좋은 사진도 본인들이 아니다 하면 아닌 게 되고요. 전문가에게 의뢰했을 때는 전문가를 존중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거죠.

유행을 따라 사진 스튜디오가 우후죽순 생기면서 사진을 잘 찍을지언정 개성 없는 작가가 많아졌어요.

자기 스타일을 고수하지 못하고 고객의 요구에 휘둘려서 그렇다고 생각해요. 결국 고객에게 대우도 못 받는 악순환인 거죠.

▷ 한송 대표(청담동 미용실/헤어메이크업)

공감해요. 예전의 신랑신부는 수동적이었다면 지금은 굉장히 능동적이에요.

과거엔 신부에게 ‘이런 느낌이 어울릴 거 같아요’라고 말하면 우리를 믿고 ‘아 그래요’ 했는데 지금은 반대로 우리가 ‘어떤 스타일을 원하냐’고 물어요.

온라인 등에 웨딩 자료가 방대하고, SNS가 발달해 특정 스타일의 비슷비슷한 사진이 신부들에게 어필하면서 전문가 의견보다 SNS를 더 의존하는 듯도 하고요.

이런저런 면에서 신랑신부가 능동적이라 작가, 아티스트가 휘둘리는 것도 사실이에요.

▷ 박순옥 대표(클라라웨딩/웨딩드레스)

맞아요. 작가정신이 있어야 하는데 비즈니스적으로 접근하다보니 그렇게 되는 것 같네요.

▷ 한송 대표(청담동 미용실/헤어메이크업)

작업에 우리 의견을 개입하거나 철학이 들어갔을 때 마음에 안 들면 웹상에 여과 없이 항의가 올라오는 현실이잖아요. 그래서 더 따라가고 맞추게 되는 거 같아요.
 

사진 : 비키정 대표(와일드디아/웨딩연출, 플라워)
사진 : 비키정 대표(와일드디아/웨딩연출, 플라워)
사진 : 김보하 대표(더써드마인드 스튜디오/사진)
사진 : 김보하 대표(더써드마인드 스튜디오/사진)

▶ 2020년 각 분야(사진, 웨딩드레스, 헤어메이크업, 연출과 플라워)의 트렌드 키워드를 하나씩 꼽아본다면 무엇인가요? 선정 이유는요?

▷ 박순옥 대표(클라라웨딩/웨딩드레스)

드레스 분야는 작년부터 꾸준히 뉴트로가 유행이에요. 드레스룩을 모두 세팅한 뒤에 뉴트로 스타일의 캡을 하나 얹는 식이에요.

또 하나는 네이처 무드를 꼽을 수 있어요. 웨딩드레스는 소재가 한정적이지만 그 안에서도 흐름이 있어요.

이전까지 작은 플라워 무늬가 트렌드였다면 요즘은 빅사이즈 플라워 무늬가 유행이고 더불어 나뭇가지, 이파리, 줄기 등 자연친화적 무늬의 패브릭이 많아요.

그런 것들을 새로운 느낌으로 매칭하죠. 하지만 저희 브랜드의 큰 틀은 역시 클래식이에요.

▷ 비키정 대표(와일드디아/웨딩연출, 플라워)

연출, 플라워 분야에서는 고객들이 점점 더 고급스러움을 추구해요. 고급스러우면서도 편안해야죠.

편안함은 디테일이 중요하기 때문에 더 많이 신경 써야 돼요. 인위적이고 과장된 고급스러움이 아니라 은은하면서도 차별화되는 것이 있어야 하죠.

결과적으로 트렌드 키워드를 꼽으라면 디테일과 조화라고 할 수 있어요. 편안함을 주려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뤄야 하고, 조화를 만드는 건 디테일이니까요.

▷ 김보하 대표(더써드마인드 스튜디오/사진)

솔직히 사진 분야의 트렌드 키워드를 잘 모르겠어요. 어떤 고객들은 갈팡질팡 하느라 사진가에게 ‘알아서’ 잘 찍어 달라고 해요.

문제는 ‘알아서’ 했다가 고객이 상상한 결과물이 아니면 이후 책임은 모두 사진가 몫인 거죠.

과거 청담동 퓨전문화 전성기때 그 문화를 주도한 세력들이 한국의 패션 문화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 없었어요.

그저 베끼기만 하다 보니 그 이상의 창조적인 결과물이 없는 거죠. 웨딩 사진도마찬가지에요. 카피만하다 보니 스스로 창조해내지 못하는 전문가가 많아요.

사진 스튜디오끼리 서로 카피하기에 급급하더니 급기야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 같아요.

전 세계적 패션 흐름이 뉴트로라고 하지만 웨딩 사진에는 적용하기 어려워요.

누군가 문화를 주도하지 못하고 스스로도 답을 모르니 문화 자체가 정확한 답을 못 찾는 과도기가 아닌가 합니다. 저도 그렇고요.

▷ 한송 대표(청담동 미용실/헤어메이크업)

미용실도 비슷해요. 요새는 실력보다 드러나는 것 위주잖아요. 실력이 평범해도 소위 sns가 ‘터지면’ 그 자체로 인기를 끌어요.

제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sns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실력을 펼칠 기회가 없고, 실력보다 평가 절하되는 상황이에요.

포장에 의해 과대평가되는 경우 소비자들은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죠. 이 와중에 굳이 트렌드 키워드를 꼽자면 내추럴 디테일이에요.

요즘 웨딩 헤어메이크업은 자연스러우면서 본인 개성을 잘 드러나게 표현하는 게 트렌드예요.

▷ 비키정 대표(와일드디아/웨딩연출, 플라워)

연출 플래닝 쪽도 비슷한 거 같아요. 더 이상의 새로움도 없고, 나올 결과물은 다 나왔다는 분위기에요.

새로운 레퍼런스가 없어요. 이 상황에서 새로움을 추구한다면 웨딩 프레임을 벗어나 아방가르드하고 전위적인 것뿐이에요.

새로움은 없고 레퍼런스는 많으니 고객의 선택 폭이 한도 끝도 없죠. 그래서 저희는 기존 레퍼런스가 아니라 고객이 좋아하는 것, 원하는 취향을 말해주면 그에 맞는 걸 구상해요.

고객의 아이덴티티를 파악하고 거기에 좀 더 플러스해서 제안하죠.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고객에게 편안하게 잘 어울리는 걸 창조하려고 해요.

▷ 김보하 대표(더써드마인드 스튜디오/사진)

그런데 다들 그걸 따르기가 쉽지 않아요. 사진 스튜디오중에 촬영비를 너무 낮춰서 가장 기본 틀 안에서 제한된 시간에 기계로 찍어내듯이 만드는 곳들이 있어요.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을 책정하고는 나중에 이상한 추가비용을 더하는데, 이런 방식으로는 그들만의 크리에이티브를 만들 수 없어요.

가뜩이나 사진 접근성이 좋아진 시대인데, 이런 스튜디오 때문에 진정한 사진의 수준을 찾기 어려워졌어요.

이런 때 나침반 역할을 맡을 만한 존재가 플래너인데 그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같이 동조해버리는 게 더 큰 문제예요.

▶ 앞으로의 웨딩 트렌드에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을 갖고 계신데, 어떤 스타일의 웨딩을 전파하고 싶으신가요?

▷ 박순옥 대표(클라라웨딩/웨딩드레스)

결국은 가치의 극대화, 작가정신이 중요하다고 느껴요. 무조건 고객에게 모든 걸 맞추기보다 본질을 고수하며 서비스를 병행해야죠.

저희가 20여 년 전부터 우리만의 정신을 가지고 만들어오는 옷을 고수하면서 우리나라 신부 체형과 트렌드 등을 면밀히 살펴 뒤처지지 않고 나아가고 싶어요.

우리 브랜드는 클래식, 벨 라인을 고수하는데 아무리 유행이 변덕을 부려도 우리 브랜드 고유의 분위기를 잃지 않기 때문에 고객이 꾸준히 찾아와요.

작가정신을 갖고 고급화하는 게 우선이고, 무엇보다 흔들리지 않고 가치를 지키는 게 중요해요.

▷ 비키정 대표(와일드디아/웨딩연출, 플라워)

저는 개인적으로 고급스러운 클래식 스타일을 좋아하는데요. 그 안에서 독특함이 들어 있는 스타일의 작업을 추구하고 싶어요.

연출하면서 꽃을 많이 사용해서인지 컬러에 무척 예민한데, 수많은 작업을 바탕으로 고급스러움과 편안함 모두 컬러의 조화에서 온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컬러 매칭에 특히 예민하고, 결혼식 전체 분위기 또한 컬러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그 컬러는 신랑신부와 잘 어울려야 하고, 이런 조화가 잘 이루어지면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편안한 결혼식이 완성되거든요.

결혼식은 형식적 세리머니가 아니라 많은 축하가 오가는 감동의 시간이에요.

이런 감동은 공간 안에 있는 사람들의 에너지를 통해 비로소 완성됩니다. 결론적으로 가장 편안한 웨딩을 추구하고 싶습니다.

▷ 김보하 대표(더써드마인드 스튜디오/사진)

저를 찾아오는 고객에게 최선을 다한다는 게 철칙이에요. 다만 고객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고객보다 한단계 높은 수준에서 리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문가들이 팀을 형성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프로젝트가 만들어진다면 좋을 거 같아요.

이런 팀이 제대로 된 맥락을 짚어주면 고객도 진정한 프로에게는 의지할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시장을 주도하는 세력은 이런 팀이지 않을까요? 그런 세력이 되고 싶어요.

▷ 한송 대표(청담동 미용실/헤어메이크업)

저도 마찬가지에요. 스스로 프라이드를 갖고 퀄리티를 높이며 차별화하는 데 힘쓰고 있어요.

요즘은 각종 미디어를 접하며 메이크업을 배워 자신에게 전문가처럼 적용하는 일반인도 정말 많아요.

그래서 명색이 전문가인 내가 더 잘 알고 잘하는 게 무엇일까 고민하고, 제품도 만들어봐요. 최근 신랑신부를 위한 퍼스널 웨딩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어요.

‘청담동미용실 더 프라이빗’이라고 이름 붙였는데 개인의 컬러는 물론 머리부터 발끝까지 체형을 파악해 철저히 한 사람만을 위한 웨딩 작업을 진행하는 거예요.

또한 건물 리모델링을 거쳐 개인 룸을 만드는 등 철저히 개인 위주로 준비하고 있어요. 이런 프로그램과 함께 우리만 의 것, 고유한 것을 만들고자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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