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인 결혼식 뒤엔 신랑신부 두 사람을 중심으로 한 리얼한 공동생활이 펼쳐진다. 설거지와 빨래를 누가 했느냐에 따라 그날의 부부싸움 기상도에 영향을 받는다.

예비 신랑신부 독자들이 가사 분담에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도록, 실제 결혼한 부부들은 어떻게 가사분담을 하는지 물어봤다.
 

꼼꼼하게 룰을 만들어 지키기 - 이OO(36살 남자, 외국계기업 컨설턴트, 결혼 1년차)

신혼 초에 남편으로서 결혼 후 집안일을 나름 많이 돕겠다고 아내에게 이야기하고 실천했어요. 아내도 좋아하면서 다른 남자들보다 잘 도와줘서 고맙다고 하고요.

그 말을 들으면 더욱 열심히 뭔가를 하고 싶어지더라고요.그런데 점차 해야 하는 집안일이 늘어나고 제가 능동적으로 하지 않자 자주 논쟁이 벌어졌어요. 아내는 ‘집안일은 함께 하는 것이지 남자가 도와주는 게 아니다’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결혼 전까지는 집안일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렵게만 느껴졌어요.

아내는 함께 하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쓰레기 분리수거나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같은 일은 저 혼자 도맡아 하고요. 우리 부부가 서로 맡아서 하고 있는 집안일의 양이 고만고만해서인지 논쟁이 지속되었어요.

결국 서로 배려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노력해서 맡아 하자는 결론에 서로 동의했어요.

이렇게 정하고 나니 아내가 힘들어도 전업주부가 되지 않고 열심히 회사를 다닐 거라고 말하더라고요. 집에서 쉬게 되면 그만큼 집안일을 맡아야 하니까요.

저는 요리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고 청소나 빨래를 해낸 뒤의 상쾌한 기분을 잘 알기 때문에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집안일을 해볼 생각이에요.

음식 관리와 요리 전반은 아내가 맡고,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제가 요리를 해요. 아내는 탕, 구이, 무침 등 가정식을 주로 만들고, 저는 파스타, 스테이크, 토스트, 볶음밥 같은 이벤트성 요리를 만들죠.

설거지는 그날 요리를 하지 않은 사람이 해요. 집 안 청소는 제가, 화장실 청소는 아내가 맡고 빨래는 아내가 주로 하고 저는 간혹 도와줘요. 물건을 들고 나르는 등 힘쓰는 일은 제가 하고요.

또 회사를 안 나가는 사람이 그날 집안일을 다하게끔 룰을 만들어서 지키고 있어요. 일하는 사람은 고생한만큼 대접해주자는 취지죠.


서로가 원하는 청결도에 대해 대화해요 - 황OO(34살 여자, 공인중개사, 결혼 7년차)

신혼 때 각자 생각하는 청결 기준이 달라서 집안일을 나눠하는 데 많이 부딪혔어요. 저는 한 번에 몰아서 청소를 하는 반면 남편은 그때그때 치우는 스타일이라 가사 분담 의미가 없었어요.

가사 분담을 해놓아도 매번 남편이 참지 못하고 청소 같은 집안일을 해버리기 때문이죠. 제 입장에서는 좋을 것 같지만 나름대로 고충이 있어요.

저는 굳이 스트레스 받으면서 정리하지 않아도 충분히 깨끗하다고 여기는데 남편은 지저분하다면서 청소를 해버리곤 저에게 화를 내니까요.

다행히 결혼 생활을 하는 동안 서로가 생각하는 청결 기준이 비슷해져서 지금은 덜 부딪히며 지내요. 저는 전업주부였다가 취업을 했기 때문에 지금도 전업주부 때처럼 집안일 대부분을 맡아요.

업무량이나 출퇴근 시간을 비교해보면 저보다 남편이 월등히 바쁘기 때문이죠. 남편은 주말에 쓰레기 분리수거와 가끔 화장실 청소, 각종 수리, 전구 교체 등을 맡아요. 제가 바쁠 때는 가끔 설거지를 하고요.


칭찬 한 마디에 남편은 춤춘다 - 김OO(31살 여자, 프리랜스 에디터, 결혼 3년차)

결혼 전에 남편 자취집에 놀러갔다가 무척 놀랐어요. 부엌에 달랑 전자레인지밖에 없더라고요, 냉장고도 없이. 요리는 하나도 안 하고 사는구나 싶었죠.

그 뒤에 시부모님 댁에 인사하러 갔는데, 남편이 식사 끝나고 그릇을 식탁 위에 그대로 두고 일어나더라고요. 그걸 보고 위기감을 느꼈죠.

시어머니처럼은 못하겠다싶어서 결혼 뒤 남편에게 선언했어요. 본인의 물건 관리와 본인의 일은 각자 스스로 하자고요. 남편은 알았다고는 했지만 제가 시키는 일밖에 안하더라고요.

남편이 설거지한 그릇은 잘 씻기지 않아서 기름때가 남아있고요. 저는 싸우는 대신 칭찬이라는 방법을 썼어요. 주의를 주면 남편이 자꾸 삐지고 기운이 없어지고 설거지하기를 싫어하더라고요.

방침을 바꿔서 매번 남편을 칭찬하면서 ‘설거지 도와줘서 고맙다’, ‘참 도움이 된다’, ‘이것만 고쳐주면 더 고맙겠다’ 하는 식으로 표현했죠.

그랬더니 점점 남편의 설거지 실력이 늘더라고요. 나중에는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잘하고요. 역시 남자는 칭찬으로 성장시켜야 하는구나 싶었죠.

저는 재택 프리랜서로 일하기 때문에 요리, 빨래, 청소 대부분은 제가 맡아요. 다림질과 쓰레기 관리는 남편이 하고요. 주말이나 퇴근이 이른 날은 남편이 빨래를 도와주기도 해요.

맞벌이 부부니까 앞으로는 남편에게 좀 더 집안일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사 노동의 업무량을 시급으로 환산하면 상당한 액수가 될 정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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