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의금 액수에 따라 우정도 가늠되나?’, ‘기대보다 축의금이 적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요즘 적정 축의금 시세는 얼마인가?’ 등 축의금에 대한 실제 결혼선배들의 생각을 들었다.

축의금에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 참고해보면 좋을 리얼 인터뷰. 
 

▶ 김아영, 37살, 결혼 1년

미국에서 살다가 한국에 들어온 지 5년째로 얼마 전에 국내에서 예식을 올렸다.

미국은 축의금 개념이 없다. 대신 신랑신부가 신혼집에 필요한 물건을 적게는 천 원짜리부터 많게는 몇 백만 원짜리를 쇼핑몰 장바구니에 담아놓은 링크를 초대 손님들에게 모바일로 보낸다.

하객들이 친분에 비례한 금액대로 물건을 결제하면 신혼집으로 배송되는 시스템이 일상적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결혼하면서 축의금 문화가 매우 불편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인 7월에 결혼했는데, 아버님이 코로나 때문에 못 오는 손님이 많으니 청첩장에 계좌번호를 넣자고 하셨고, 혼신의 설득으로 간신히 그런 야만적인(?) 행위는 하지 않았다.

결혼식은 내 결혼을 축하하는 소중한 손님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며 즐거운 시간으로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는 축의금을 ‘걷는’ 한국 결혼식 문화가 잘 맞지 않았다.

너무 계산적이지 않은가? 예를 들어 내 절친이 2년 전에 결혼을 했는데, 당시 나는 축의금을 20만원 했다. 근데 그 친구는 내 결혼식에 5만원을 축의금으로 냈다.

신랑과 고군분투하며 어렵게 살고 있는 걸 알기 때문에, 나는 그 친구가 5000원을 하건 50만원을 하건 똑같이 고맙다. 축의금 숫자로 우정을 가늠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건 우정이 아니다. 비즈니스 관계일 뿐. 

▶ 안경선, 37살, 결혼 10년 차, 공인중개사

대학생 때 동갑인 신랑과 결혼을 했기 때문에 하객은 대부분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이었다. 게다가 우리 부부가 동기들 사이에 이른 결혼에 속해서인지 하객들이 지인 결혼식에 처음으로 초대받는 경우가 많았다.

덕분에 예상보다 더 많은 하객이 참석했고, 풍성한 축하를 받아 무척 행복한 결혼식이었다. 당시 일반적으로 축의금은 5만원이 대세였는데, 취업 준비생이던 지인 2명이 3만원을 했다.

하지만 서운하기보다 당사자가 민망할 수도 있는데 기꺼이 축하해주러 왔다는 생각에 오래도록 고마웠다.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 이은정, 34살, 결혼 4년 차, 출판사 과장

축의금 액수로 우정을 가늠할 수 있느냐고 물어본다면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나조차도 소중한 친구가 결혼을 한다고 하면 좀 더 챙겨주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니까.

그렇기에 정말 친한 친구와 그렇지 않은 친구 사이의 축의금 액수는 당연히 다르지 않을까? 특별한 관계는 아니지만 예의상 챙겨야 하는 결혼식에는 일괄적으로 5만원을 축의금으로 내는데, 솔직히 말하면 어떨 때는 이것도 많게 느껴진다.

내가 생각하는 적정 축의금 액수는 아주 친한 친구는 20만원, 적당한 친분의 친구는 5만원이다. 내가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한다면 3만원도 OK이다. 결혼식에 참석할 때는 밥값은 내고 와야지 싶은 생각이니까.

▶ 한은정, 38살, 결혼 1년 차, 잡지사 에디터

나는 대표적인 만혼 사례자다. 30대 후반에 결혼을 했으니 20대 초반부터 15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뿌려댄 축의금만 모아도 웬만한 중형차 한 대는 뽑을 거 같다.

속상한 점은 결혼을 하고 난 친구들은 하나같이 싱글인 나와 천천히 거리가 멀어졌다는 것. 만나도 공통 관심사가 줄어드니 차츰 연락이 뜸해지고, 마음의 거리가 멀어지는 만큼 내가 낸 축의금을 회수할 가능성은 0에 수렴하곤 했다.

그래서 유부녀가 된 친구들이 나와 얼마나 친분을 유지하는가에 따라 우정의 척도를 가늠했다. 그런데 막상 축의금을 받을 때가 되니 상황이 묘했다. 많이 낼 것같던 친구가 적게 내는가 하면 예상치 못한 인물이 상당한 액수를 내기도 한 것.

아무래도 그만큼의 성의라고 생각하니 액수에 따라 우정 그래프가 들쭉날쭉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축의금 적정선은 가끔 만나는 친구부터 보통의 친분을 유지하는 직장 동료는 5만원, 많이 친한 사이라면 10만원이라고 생각한다. 경기가 어려운 만큼 더 많이 내는 것은 쉽지 않다.

▶ 유정원, 35살, 결혼 8년 차, 게임회사 팀장

남자로서는 조금 이른 스물일곱 살에 결혼을 했다. 대학교 졸업을 늦게 한 탓에 결혼과 동시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과 다름이 없었다.

나는 이미 결혼을 하고 입사를 했는데, 회사에서는 동료들의 결혼식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회사 상조회를 통해 일정 금액을 정해서 내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액수는 아니지만 나로서는 돌려받을 길 없는 돈이라는 생각이 가끔 머릿속을 스친다.

▶ 오나연, 32살, 결혼 3년 차, 프리랜스 디자이너

내가 결혼하기 전까지는 축의금을 낼 때 친한 순으로 5만원, 10만원, 30만원까지 액수를 정했다. 그런데 결혼한후에 웨딩 시장과 음식 값을 알고 난 이상 5만원 내기가 미안해진다.

그래서 관계가 어중간한 친구 결혼식은 가는 것 자체가 더 부담스럽다. 결혼해서 보니 싱글은 축의금 5만원이 기본 금액이라면 기혼자는 최소 10만원에서 20만원 선이다.

서로의 사정을 알아서인지 축의금을 더 많이 내는 듯하다. 요약하자면 결혼 후 축의금에 부담감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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