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LENTINO ROMAN PALAZZO

기교의 최고 경지에서도 인간보다 더 급진적인 것은 없다. 사실과 변화, 불완전함을 모두 품고 있기 때문이다.
 

관대함과 급진주의는 하나라는 일련의 생각을 확장하고 깊게 탐구하면서, 피엘파올로 피춀리(Pierpaolo Piccioli)는 여성들의 얼굴과 태도, 인체에 집중해 발렌티노 코드의 의미를 재정립하는 작업을 이어나간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글래머라는 비유를 끌어와 관점을 바꾸면서 친밀감과 즉흥성으로 대체한다.

눈부시게 황홀했던 것들이 좀 더 온화하고 편안해진다. 이어지는 룩들, 서로 다른 인격이 모여 한 세대의 초상이 살아 움직인다.

이 기록이 펼쳐진 극장인 콜론나 궁전(Roman Palazzo)에서는 웅장함이 친밀감에 그 자리를 내어준다.

이 초상에서 중요한 것은 주체다. 옷은 한 인격이 스스로를 재현하는 과정에 동행할 뿐이다. 컬렉션은 하나의 옷장이 된다.

컬렉션은 외관을 창조하기 위해 끌어낼 아이템으로 구성한 가변적 체계이고, 매 순간 의미 재정립 가능성을 제안한다.

쿠틔르의 기호와 디테일이 데이웨어로 옮겨가고, 새로운 관능미와 대담한 감각, 유희와 실험을 향한 욕망이 다리가 드러나는 순간마다, 앞으로 나아간다.

누구나 매 순간 다른 사람이 되듯, 컬렉션도 변화한다. 코트와 애니멀 프린트부터 미니멀 드레스와 어플라이드 로즈 디테일이 돋보이는 스웨트셔츠,

풀라르 모티프에서 데님과 판초, 클래식하고 안정적인 컬러에서 비현실적이고 놀라운 컬러 톤, 아찔한 힐에서 실용적인 웨지, 존재감이 확실한 오버더니 부츠에서 얌전한 키튼힐로 룩은 달라진다.

이 자유롭고 즉흥적인 행위는 미리 정의된 카테고리를 따르지 않으며, 예상치 못한 조합에서 존재의 의미를 발견한다.

부르조아에게 어울릴 법한 무드와 펑크 무드의 충돌은 슈즈와 백을 장식한 로만 스터드 디테일로 최고조에 이르며,

메탈 클로저로 마무리한 퍼스와 신비에 싸인 메시 슈즈는 매혹, 그리고 벽감에서 마주할 교태를 재발견하는 놀라움을 선사한다.

한 세대의 초상으로 증폭되는 발렌티노의 정체성은 설득력 있는 방식으로, 따뜻한 환대의 발걸음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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