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밀리카의 미니멀리즘 이야기
[인터뷰] 밀리카의 미니멀리즘 이야기
  • 황현선 기자
  • 승인 2021.07.02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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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을 통해 아름다운 집과 생활 방식을 완성하고 자신만의 미니멀리즘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밀리카 작가를 인터뷰했다.

책 <좋아하는 물건과 가볍게 살고 싶어>를 출간하며 보기만 해도 마음이 호젓해지는 집과 생활을 공개한 밀리카의 미니멀리즘 이야기.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평범한 주부이자 2019년 책 <마음을 다해 대충 하는 미니멀 라이프>, 2020년 <작고 귀여운 나의 행복>, 올해 <좋아하는 물건과 가볍게 살고 싶어>를 쓴 밀리카라고 합니다.
 

Q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2015년 사사키 후미오 작가의 책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를 읽고 큰 감동을 받아 시작했습니다. 저는 지금도 살림에 서툴고 정리정돈 스킬이 둔한 사람이지만 미니멀 라이프를 알기 전에는 답이 안 나올 정도로 물건 관리 능력이 낮은 사람이었습니다.

물건 관리 능력은 현저하게 떨어지면서 물건에 대한 욕망(소유욕, 쇼핑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충동구매 등)은 과했죠. 

Q    작가 사사키 후미오는 미니멀리스트의 정의를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사람, 소중한 것을 위해 줄이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는데, 작가님만의 미니멀리스트 정의를 내려본다면요?

A ‘타인의 삶에 관여하지 않으며 타인과 나의 취향을 엄격히 구분해 존중하는 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기 전의 저는,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가지고만 있는 물건 상당수가 정말 필요하다고 확신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이 물건조차 없다면 스스로 너무 초라해 보일까봐, 선물 받은 물건을 비우면 혹여 쓸데없는 오해를 사는 건 아닐까 등, 다른 이들의 감정과 기준에 지나치게 맞춘 결과였습니다.

미니멀 라이프를 하고부터는 정말 필요하다 확신하는 물건이라면 주저 없이 구매하고, 안 쓰는 물건이라면 주변에서 아무리 아깝다고 말해도 미련을 두지 않고 비우려고 합니다. 단 그냥 쓰레기로 비우는 게 아니라 중고거래, 나눔, 기부 같은 선순환으로 비웁니다.

존경하는 미니멀리스트들의 공통점은 타인의 삶에 함부로 관여하지 않는 정중함과 본인의 삶에 집중하는 확고한 취향, 그리고 소신을 가졌다는 점입니다.

Q 20년 동안 리모델링하지 않은 아파트에 마이너스 몰딩 등 미니멀 인테리어 시공을 한 뒤 다용도 가구들을 제작해 신혼집을 완성했는데, 그때 중요하게 생각한 콘셉트나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A 예전에는 인테리어라고 하면 물건으로 공간을 채울 생각만 했습니다. 다만 ‘채움’에만 치중하면 자칫 공간의 주체가 물건이 되는 역효과가 나기도 한답니다.

미니멀 라이프를 알게 되고 부터는 공간을 그 자체로 두는 인테리어가 가능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거실은 마이너스 몰딩으로 공간의 개방감을 최대한 살리고, 다용도 가구를 제작해 가구 수를 축약하되 쓰임새에는 문제가 없도록 했습니다.

1년에 몇 번 안 쓰는 교자상 같은 물건은 공유 서비스를 적극 이용하고요. 청소가 편하고 심신을 편히 쉴 수 있는 집이 되는 인테리어에 기준을 두었습니다. 왜냐하면 집의 주체는 물건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저와 가족이니까요.

Q 무조건 물건 가짓수를 줄이거나 자린고비의 삶을 사는 게 미니멀리스트는 아니라고 들었는데요. 짠돌이, 금욕주의자와 미니멀리스트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A 청렴한 가치로 금욕주의자에 가까운 생활을 하는 훌륭한 미니멀리스트도 많으시죠. 저는 미니멀리스트라 불리기엔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지만 우스갯소리로 자린고비라 불릴 정도로 엄격하게 소비를 절제하는 분들과 제가 지향하는 미니멀라이프는 어느 정도는 같고 상당수는 다르다 느낍니다.

우선 비슷한 점은 모두 자신이 생각하는 소중한 가치를 위해 쓸데없는 낭비를 절제하는 노력입니다. 다만 낭비를 하지 않는다는 기준이 조금씩 다를 뿐이죠. 자린고비를 목표로 한다면 기준이 당장 지갑에서 나가는 금전적 지출일 테고, 금욕주의라면 사사로운 욕망일 것입니다.

미니멀 라이프를 하면서 저는 오히려 살림살이 중 일부는 전보다 비용이 조금 더 나가는 제품을 사기도 합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여러 개를 사서 잘 안 쓰는 것보다는 제대로 된 금액의 품질이 우수한 하나를 사서 오래 사용하는 편을 지향하게 되었으니까요. 

제가 원하는 미니멀 라이프는 무조건 안 사고 안 쓰는 게 아니라 각자의 기준에서 하나를 사도 오래오래 잘 쓰는 것으로 고르고, 남들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아직 본인에게 없어도 되는 물건이라면 구매를 뒤로 미루는 여유로운 절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본인이 현재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삶의 태도를 택하고 실천하는 현명함이라고 생각합니다.

Q 물건을 대폭 비우고 미니멀라이프를 적용한 신혼집에서 생활할 때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무엇인가요?

A 가장 큰 장점은 청소하기가 편해졌다는 겁니다. 요즘엔 청소를 대행해주는 전문 서비스업체가 인기가 많을 정도로 청소는 꼭 필요하지만 정말 하기 싫거나 힘든 노동이 되기도 하거든요. 

Q 냉장고를 작게 유지하는 이유를 들려주세요. A 저희는 아직 아이가 없는 단출한 식사 위주로 사는 부부이기에 작은 냉장고로도 큰 문제 없이 지내는 편입니다.

혼자 살 때는 큰 냉장고를 가지고 있었는데, 냉장고를 수납장처럼 생각해 다 먹지도 못할 식재료를 미리 사서 비축해두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마트에 가면 많이 살수록 할인 폭이 크다 보니 많이 사서 비축하면 이익이라는 생각만 했던 거죠.

나중엔 유효기간이 지나거나 냉장고에 뭐가 들어있는지 깜박하기도 해서 음식쓰레기를 만드는 실수가 반복되었습니다.

미니멀 라이프를 하고부터는 제가 조절 가능한 물건만 소유하자는 마음가짐이 생겨서 냉장고는 전보다 작은 256L를 택했습니다. 오히려 버리는 식재료 없이 지내는 장점이 생겼어요.

Q 옷과 화장품 비우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어떤 기준을 갖고 비우면 좋을까요?

A 저도 참 어려운 품목입니다. 옷은 남편의 조언이 비움을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죠. 남편이 ‘비울 옷이 아니라 입는 옷만 우선 골라보면 어때?’라고 말해주니 관점이 달라졌거든요.

현재 잘 입는 옷, 몇 년 동안 주기적으로 입는 옷들만 선별해보니 자연스레 비울 옷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화장품은 사용 기간을 생각하며 비웁니다.

사용 기간이 지난 화장품은 건강에 해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화장품으로 그림을 그리는 미술 작가님에게 많은 화장품을 기증하면서 건강한 비움을 실천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잘 비우는 게 아니라 비울 화장품은 애초에 사지 않으려는 노력입니다.

Q 대나무 칫솔, 테이크아웃용 천가방과 법랑 그릇 등을 사용하는 친환경 미니멀리스트인데요, 당장 귀찮아서 일회용품과 플라스틱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요.

A 귀찮음의 포인트를 살짝 변화시키면 어떨까 해요. 저도 천가방과 텀블러 챙겨서 나가는 게 예전엔 귀찮기만 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일회용 종이컵과 슬리브, 플라스틱 뚜껑과 빨대 같은 여러 쓰레기를 버리는 게 더 귀찮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후엔 소량 먹는 음식은 집에서 통을 준비해서 포장 없는 상점이나 시장의 무포장 식재료를 적극 이용하게 되었답니다. 

Q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싶지만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신혼부부들에게 조언한다면요.

A 거창하게 목표를 정하거나 비장한 각오로 수행하는 마음으로 접근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주방 서랍 한 칸만 정리해봐도 의외로 안 쓰거나, 왜 있는지 모르는 물건들이 적지 않거든요. 주방 서랍 한 칸을 자신의 결단으로 정리정돈해보면 거기에서 얻는 성취감으로 다른 공간도 차츰 확장되죠.

아울러 물건 비움에만 포커스를 두는 게 아니라 그 물건과 나의 관계를 살펴보는 게 저는 도움이 되었어요. 비우기엔 멀쩡한 물건이지만 그 물건에서 얻는 힘이 긍정보다 부담스러움이 크다면 비우는 용기를 낼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는 비워서 후회하고 허전하기보다는 비움으로 얻은 긍정이 컸어요.
 

 

황현선 기자 news@wedding21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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