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엘파올로 피춀리(Pierpaolo Piccioli)가 메종 발렌티노의 코드를 새롭게 정의하는 두 번째 챕터가 베이징의 SKP 사우스(SKP South)의 T-10에서 10월 17일부터 11월 7일까지 대중에게 공개된다.

사진 : 발렌티노, 재해석 파트 II 프로젝트, 베이징에서 공개-  RE-SIGNIFY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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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발렌티노, 재해석 파트 II 프로젝트, 베이징에서 공개-  RE-SIGNIFY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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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트 쿠틔르, 아틀리에, 스터드와 V로고 시그니처를 아우르는 기호가 다시 전면에 등장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피엘파올로 피춀리가 동시대성을 반영한 포용적인 시각으로 메이크업을 해석하여 만든 발렌티노 뷰티(Valentino Beauty) 컬렉션도 함께 선보인다.

충격이 가해지는 순간 동심원을 그리며 물결치는 가상의 파동 속에서 피엘파올로 피춀리의 창작 과정과 아티스트의 작품이 긴장감을 형성한다. 

빛과 그늘, 어둠, 빛이 물질이나 표면과 상호작용하는 방식, 반사와 굴절 현상. 인체와 고전적인 조각상의 형태로 묘사된 몸, 디지털과 알고리즘적 재현까지. 이번 프로젝트에서 모든 몸은 개념, 달리 말하면 상상 속 이미지와 욕망의 대상인 몸과 공예, 기법 또는 기술적 역량을 중재한 결과물이다.

3차원적이거나 사진으로 촬영된 몸은 재건과 기록, 과장을 거치거나 아바타가 된다. 그리고 자연은 최소한의 웅장함을 지닌 채 저해상 아날로그 필름의 장면 속에서 카소드 스크린에 영사되거나 아주 정교한 3D 모델로 구현, 또는 구형 축적물의 순수한 관념으로 제시된다.

작품과 옷의 관계가 보여주는 또 다른 공통 주제는 도시다. 다양한 층위로 표현되는 도시는 인간의 활동, 창의성이 발현되는 완벽한 무대이자 원형이다. 질서와 혼돈, 전통과 혁신이 내재한 도시는 인간의 시와 삶 그 자체다.

공동체는 이 다목적 평면 위에서 끊임없이 스스로 새로운 정의를 부여하는 기호를 획득하고, 자기 암시를 생성하고 새로운 코드를 생산하면서 기존의 코드를 재건하고 재구성한다. 도시는 또한 살아 있는 무대이고 SKP 사우스 창가 너머에 존재하면서 완전한 경험의 일부분을 차지하는 웅성거림을 만들어낸다.

피엘파올로 피춀리가 메종의 아카이브, 그리고 ‘발렌티노 오브 그레이스&라이트(Valentino Of Grace and Light),’ ‘발렌티노 코드 템포럴(Valentino Code Temporal),’ ‘발렌티노 액트 컬렉션(Valentino Act Collection)’을 포함해 동시대 오트 쿠틔르 및 컬렉션에서 엄선한 드레스는 보나베리(Bonaveri)사 마네킹에 걸쳐 전시한다.

이 유동적인 영역에 잠식된 드레스는 창작자와의 관계, 개별 작품과의 균형을 생성하는 순간 다양한 밀도의 존재감과 집중도를 표출한다.

옷과 작품의 관계는 명백하거나 분석적이지 않지만, 감각적이고 단순한 자각으로 읽어낼 수 있으며 오히려 직관적이다. 유동적인 구조 안에 존재하기 때문에 연관성은 가시적이지만 불안정하다.

개방된 구조가 관람객이 긴장을 풀고 각자 자신에게 매력적인 컨텐츠를 따라 탐구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요소들의 위치적인 배열은 결과나 인과 관계를 따르지 않는다. 희박해진 기호는 주된 주제가 충격을 가하는 가상의 지점과 대비를 이룬다.

감각적인 자극으로 충만한 순간을 선사하면서, V로고 시그니처, 스터드, 아틀리에, 피엘파올로 피춀리가 쿠틔르라는 단어에 부여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미라는 테마가 투영된 황홀하고 변화무쌍한 박스들이 몽환적인 신기루를 자아낸다.

▶ 참여 작가 리스트

▷ 이수경(Yeesookyung) – 발렌티노 ‘코드 템포럴’

‘Translated Vase’ 시리즈의 인공물에서는 기호와 사물을 새롭게 정의하는 과정이 거의 문자 그대로 노출된다. 한국의 전통 도자기 장인은 나무랄 데 없는 제작 품질을 고수하기 위해 아주 작은 흠결이라도 발견하면 도자기를 파괴하는데, 이 작품은 깨진 화병 조각을 활용해 제작한 조각품이다.

마치 조각 그림 퍼즐처럼 파편을 다시 조립하고 균열 흔적을 금으로 채우는 작업을 거치면서 작가는 파괴와 불완전함이 낳은 새롭고 예상치 못했던 고귀한 내러티브를 만들어낸다.

금의 색깔과 환한 빛은 이 작품과 연계하여 소개하는 발렌티노 2021년 코드 템포럴 오트 쿠틔르 컬렉션 이브닝드레스가 시선을 사로잡는 요인이기도 하다.

▷ 닉 나이트(Nick Knight) – 발렌티노 오브 ‘그레이스&라이트’

피엘파올로 피춀리가 디자인한 이 방은 발렌티노 오브 그레이스&라이트 오트 쿠틔르 패션쇼 내러티브를 재구성하면서 닉 나이트의 이미지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는다.

패션쇼가 진행되는 동안, 이미지들이 기념비적인 드레스에 투사되었고, 4가지 오리지널 드레스는 인간과 디지털, 물질과 비물질 간의 긴밀한 대화 속에서 피엘파올로 피춀리가 창작 스토리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 룩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창작으로 그는 꿈이란 무엇이고 꿈이 왜 필요한지, 우리는 왜 꿈꾸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모든 색의 총합인 흰색, 영사기의 빛은 무한한 가능성을 만들어낸다.

그것들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수작업의 기교를 급진적으로 세상에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옷의 실루엣과 극단적인 크기는 한데 어우러지자 매혹적이면서 의도한 대로 몽환적인 소격 효과를 연출한다.

색과 꽃의 모양을 한 꿈은 그곳에 존재하지만 빛으로 만든 것은 아닌 프린트, 모티프, 엠브로더리 같은 형태를 대체하는 순수한 디지털 영사물이며, 손으로 만질 수는 없어도 실재하는 물질성을 갖는다.

▷ 자코포 베나시(Jacopo Benassi) – 2018년 발렌티노 오트 쿠틔르

패브릭에 프린트한 흑백 이미지 시리즈에서 자코포 베나시는 사진 매체와 기법을 활용해 고전 조각상의 히에라틱 문자를 해체한다.

발, 팔, 등, 손, 장엄하고 단단한 머리까지, 로마의 보르게세 공원에 있는 석조 소재 몸의 디테일을 깃발 모양 패브릭에 프린트하여 매우 가볍고 부드러우면서 비현실적인 결과물을 완성했다.

밤중에 플래시를 터뜨려 흑백 촬영한 조각상의 사진을 선별하는 과정조차도 작가의 전형적인 스타일이 그렇듯이 거칠고 매서우며, 감각적인 펑크 이미지를 연출한다.

이는 주체의 육체적인 중력과 공간에 전시된 작품의 가벼운 무게감 사이의 파열을 증폭하는데, 전시 공간의 작품은 관람객의 이동으로 발생하는 자유롭고 예상할 수 없는 움직임의 지배를 받는다.

작품과 연계하여 소개하는 2018년 가을-겨울 오트 쿠틔르 컬렉션 드레스에서도 부드러운 역동성을 엿볼 수 있다.

웅장한 볼륨과 가벼운 패브릭, 장식적 요소를 조합해 착용자의 몸을 감싸 안으면서 움직임에 반응하는 부유하는 구름 같은 룩을 완성했다.

▷ ‘파자마(Pajama)’ – 발렌티노 ‘액트’ 컬렉션 / 발렌티노 아카이브 오트 쿠틔르

폴 캐드머스(Paul Cadmus), 자레드 프렌치(Jared French), 마가렛 프렌치(Margaret French)가 1930년대와 1950년대까지 여름마다 뉴욕주 파이어 아일랜드와 메사추세츠주 프로빈스타운에 머무르면서 촬영한 32장의 사진에서 셋은 혼자서 또는 친구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등장한다. 

이 사진들은 단순한 초상이나 기념사진이 아니라 사진을 매개로 몸과 몸들을 표현하는 조용하고 느린 형이상학적 실험 방식이다. 자연의 공간, 전통 방식의 의복, 인간관계, 공모, 우정, 친밀감, 사랑.

이 사진들은 강력한 내러티브를 지닌 이미지들이며, 최소한의 요소를 활용해 이미지가 드러낼 이야기의 구성을 계획하여 렌즈에 포착된 순간 이전과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궁금해지는 신비로운 호기심을 자극한다.

각 이미지는 더 방대하고 추상적인 이야기의 한 조각이어서 관람객은 개인의 경험을 투영해 점을 연결하고 상상력을 발휘해 이야기를 재구성해야만 한다. 이미지의 배열은 임의적이며 가능한 여러 경우의 수 중 하나일 뿐이다.

블랙&화이트 패턴이 돋보이는 발렌티노 액트 컬렉션 레디-투-웨어 룩에서는 모듈과 리듬의 연속성을 감지할 수 있으며, 거의 음악적인 감각으로 채움과 비움, 소리와 침묵 사이에서 주제를 인지하게 된다. 

▷ 로버트 델 나이아(Robert Del Naja) – 1959년 발렌티노 오트 쿠틔르

‘발렌티노 코드 템포럴(Valentino Code Temporal)’은 동명의 발렌티노 오트 쿠틔르 컬렉션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특별히 진행한 프로젝트로, 델 나이아가 AI로 작업하는 아티스트 마리오 클링게만(Mario Klingemann)과 협업하여 제작한 영상 작품을 선보인다.

작품은 오트 쿠틔르 컬렉션이 완성되는 과정을 탐구하는데, 학습된 시스템과 관습에 도전하는 인간, 머신러닝의 즉흥성 사이의 대칭을 활용한다.

콜라주 형태로 이미지를 조립한 스크립트는 머신 러닝 알고리즘으로 촬영하고 관찰하는 동시에 클링게만이 학습시킨 신경망이 즉흥적으로 조립한 결과물이다. 로마에서 컬렉션 제작 과정을 촬영한 이미지 – 컬렉션 자체를 완성하는 과정에 관한 정보, 재단사의 얼굴, 타임-랩스 방식으로 촬영한 마네킹이 입은 룩 – 는 모두 기계가 처리하고 속도를 맞춘 알고리즘에 의해 시퀀스를 구성한다.

쿠틔르 제작 과정의 타임 코드는 델 나이아와의 협업을 거쳐 디지털 내러티브로 구현된다. 로마 콜론나 궁전에서 공개된 패션쇼로 마침표를 찍는 아틀리에의 오랜 작업 과정에 관한 완전하고 자족적인 기록이다.

알고리즘을 활용한 작업과 연계하여 소개하는 ‘피에스타(Fiesta)’ 칵테일 드레스는 넥라인부터 드레이프를 연출한 레드 튈 패브릭이 벌룬스커트에 장미를 완성한 디자인이며, 1959년 봄-여름 오트 쿠틔르 컬렉션에서 선보인 룩이다.

전형으로 자리 잡은 초창기 발렌티노 가라바니(Valentino Garavani) 모델로, 한계 없이 새로운 정의를 찾는 과정을 거쳐 동시대까지 전해진 내러티브의 상징적인 시작을 대변한다.

▷ 우 루이(Wu Rui)

16장의 폴라로이드 시리즈에서 예술가이자 사진가인 우 루이는 블루의 정교한 색조라는 하나의 주제에 관해 집요하게 탐구한 결과물을 보여준다.

창백하고 보기 드문 블루, ‘비 온 뒤 구름 사이로 맑게 갠 하늘 같은 블루.’ 신화에 가까운 이 색은 중국 도자기 공예와 유서 깊은 전설에서 유래했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송나라(960 – 1279) 시기 제작된 도자기 중 극소수만이 완벽의 경지에 이르렀고, 그중 백여 개에 못 미치는 도자기가 지금까지 남아 있어 루(RU)라고 불린다.

우 루이의 작품은 완벽함에 관한 이상을 개념적 전략, 감각을 느끼는 정신적 명민함으로 발현했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보아야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의 정밀함으로 거의 비현실적인 색을 개체화하고 감지한다.

전시에서 소개하는 스카프 또한 이런 탐구와 일맥상통하는 예시로, 발렌티노 데 아틀리에 오트 쿠틔르 컬렉션을 위해 피엘파올로 피춀리가 디자인한 드레스에서도 색을 주제로 한 우 루이의 작업이 구현된다.

▷ 알레산드로 테올디(Alessandro Teoldi)

서로 만지고 가까이 스치는 손과 팔(한 사람의 것인지, 두 사람의 것인지는 알 수 없다)을 묘사한 이 작품은 에어프랑스(AirFrance), 아비앙카(Avianca), 콘티넨탈(Continental), 델타(Delta) 항공사에서 비행 중 승객에게 제공하는 담요를 소재로 제작한 텍스타일 콜라주다.

작품은 텍스타일, 조각, 드로잉, 회화를 넘나들며 다양한 매개를 활용하는 작가의 작업 방식을 보여주는 예시이기도 한데, 작가의 예술 작품에서 여러 층위의 내러티브는 소재들로 교차 직조되지만 소재 그 자체도 이야기의 중첩으로 구현되는 예술적 내러티브의 일부를 구성한다.

작품의 주체는 보통 중성인 인체 또는 인체 일부를 포함하며, 이들은 소리 없는 시적인 방식이나 중첩의 형태로 상호작용하면서 여전히 인간성을 감지할 수 있는 그래픽 패턴을 구성한다.

작품과 연계하여 선보이는 피엘파올로 피춀리의 발렌티노 데 아틀리에 오트 쿠틔르 컬렉션 룩에서도 이런 작품의 주체가 드러난다.

▷ 카오 페이(Cao Fei) – 발렌티노 오트 쿠틔르 ‘데 아틀리에’ 

활인화, 다큐멘터리, 헐리우드 팝 문화의 그로테스크한 작품과 스플래터 영화를 건드리는 기록물들의 희귀하고 폭넓은 중첩을 보여주는 작품 속에서 카오 페이는 이 경험의 발전에 필수적인 두 가지 주제에 관해 의문을 던진다.

옷을 입는 행위의 역할과 도시. 2004년 작인 ‘Cosplayers’에서 작가는 느리고 적막한 채로 매우 현실감 있는 세계로 관람객을 데려간다. 이 세계는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데, 캐릭터는 옷인지 변장인지 모호한 의복을 걸치고 있다.

옷은 이 작품에서 가능한 가장 창의적인 형태로 인식되며, 레퍼런스의 내러티브를 배제한 채 가정적이고 평범한 일상적 삶을 이식한다. 이 과정은 매혹적인 동시에 소외감이 느껴지는 충돌을 양산한다.

2013년 작인 ‘Haze and Fog’는 공포 영화의 형식적 요소를 활용해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이 대립하는 내러티브가 더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도시를 묘사한다.

사람과 좀비가 공존하는 평화롭고 부조리한 이 도시에서 둘은 중간 계층에서 뒤섞이며 현실 도피, 일과 가정의 의례적인 절차를 경험한다.

▷ 슈 젠(Xu Zhen) – 발렌티노 오트 쿠틔르 ‘그레이스&라이트’

XU ZHEN®이라는 형태로 자신을 하나의 기업과 순수한 브랜드로 바꾸어 놓는 유쾌한 언어적 도발을 활용하는 슈 젠은 고전적인 조소 기법의 전통을 문자 그대로 전복한다.

‘Eternity’ 시리즈를 구성하는 두 개의 작품에서 슈 젠은 서구와 아시아 전통의 예시를 하나의 기묘하고 변형된 전체로 통합한다. 이 작품에서 관람객은 여러 인체가 비논리적이고 비대한 하나의 몸이 되는 과정을 목격하는데, 이는 재미있고 놀라우면서 초현실적인 경험이다.

마찬가지로, 기념비적인 6m 높이의 하얀 발렌티노 오브 그레이스&라이트 오트 쿠틔르 컬렉션 드레스를 입은 가상의 몸은 슈 젠이 선보이는 작품과의 대화를 확장한다.

▷ 지오엘 아마로(Gioele Amaro) – 발렌티노 오트 쿠틔르 ‘데이드림’ / 발렌티노 오트 쿠틔르 ‘그레이스&라이트’

디지털 아티스트인 지오엘 아마로는 이미지의 지각과 오류를 범하기 쉬운 인간의 눈에 관해 탐구한다.

이번에 소개하는 6개의 작품은 일종의 폴립티크를 구성하는데, 물리적 인공물로 표현된 디지털 디자인은 메탈 소재의 빛을 반사하는 표면, 빛의 향연, 볼록하거나 불규칙하게 변형된 거울 또는 구겨진 알루미늄 판자가 된다.

작품의 주인공은 빛의 기만적 속성인데, 관람객은 빛이 이 작품들에 실제로 반사되는지 혹은 반사 효과가 디자인과 작품 제작의 물질적인 일부인지 이해할 수 없다.

반사와 굴절은 작품과 연계하여 소개하는 6가지 드레스가 자아내는 동일한 효과이기도 하다. 발렌티노 데이드림 오트 쿠틔르(Valentino Daydream Haute Couture) 컬렉션 드레스 3벌과 발렌티노 오브 그레이스&라이트 오트 쿠틔르 컬렉션 드레스 3벌이 공간을 밝히는 커다란 유리창으로 햇빛이 일렁이며 드레스를 비출 때마다 물리적인 존재의 끊임없는 변주를 양산한다. 

▷ 로버트 뮐러(Robert Müller) - 2018년 발렌티노 오트 쿠틔르

로비 뮐러가 폴라로이드 필름으로 촬영한 5개의 이미지를 확대하여 5개의 스크린에 영사하고, 관람객이 이 스크린에 둘러싸인 채 양면을 관찰할 수 있도록 오각형으로 배열했다.

도시 생활과 거리, 자동차의 디테일, 택시 정류장, 빌딩 파사드, 그리고 선별된 도시 이미지 중 유일하게 친밀하고 가정적인 순간을 담고 있는 창문에 걸린 셔츠를 포착한 이미지다.

색은 다섯 가지 순간을 채우고 묘사하는 요소이며, 결과를 의도하지 않은 채 즉석에서 포착한 인상을 표현한다. 동일한 핑크, 옐로우, 베이지, 그린은 이미지와 함께 소개할 룩으로 선정한 2018년 봄-여름 오트 쿠틔르 컬렉션의 3가지 룩을 장악하고 있는 컬러이기도 하다.

▷ 리우 시유안(Liu Shiyuan) – 발렌티노 ‘코드 템포럴’

‘A Shaking We’ 시리즈의 3가지 패널로 리우 시유안은 흐르는 시간의 유동성에 관해 탐구하면서 모듈 형식의 시각적 버전을 제안하려 시도한다.

작가는 영상의 장면으로 구성한 일련의 프레임을 제작하여 연속적인 정지 사진 형태로 순간을 분해하고 시간을 공간으로 변형하는데, 문장과 사진 기법으로 내러티브 층위를 추가로 덧입히면서 고유한 형태적, 색채적 일관성을 지닌 이 사진들에 개입한다.

‘We Were Never Alone Never Bored’에서 작가는 색채의 연속성으로 유기체와 디지털 요소 사이에 관계를 만들어낸다. 사과와 배는 현실적 독자성을 지닌 개체이지만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 디지털 그래디언트 프린트 배경으로 가라앉거나 위로 솟아오른다.

기성품 ‘Chair’ 조각상 시리즈에서 작가는 풍선 2개 위에 올려둔 의자로 불안하고 유예된 균형을 연출하면서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일상적인 오브제에서 유쾌한 가능성을 발견한다.

발렌티노 코드 템포럴 오트 쿠틔르 컬렉션에서 선정한 2가지 룩은 마찬가지로 정밀한 구성과 모듈화된 제스처를 표현하며, 이는 재단의 패턴, 연속적인 채움과 비움의 반복으로 드러난다.

▷ 쳉 란(Cheng Ran) – 발렌티노 ‘액트’ 컬렉션

실감형 다중-영상 설치 작품인 ‘Diary of a Madman’에서 쳉 란은 도시라는 주제에 관해 이야기한다. 도시는 다양한 형태의 인간성이 존재하는 중첩된 공간으로, 전형적이면서 동시에 예상을 벗어나는 장소다.

작가는 3개월에 걸친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젝트 기간에 처음으로 뉴욕을 방문했을 때 이 작품을 제작했다. 대안적인 버전을 발견하고 획득할 수 있는 중국식 교육과 문화가 반영된 시각을 매개로, 서구에서 가장 많이 보이고 쓰인 도시가 어떻게 간접적이고 예상을 빗나간 그로테스크 하면서 극적이고 계몽적인 경험의 원천이 될 수 있는지를 살핀다.

미국식 영화의 서사에 관한 심도 있는 지식에 기반하여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특성을 모두 갖춘 경험으로 구성한 이 작품에서 쳉 란은 도시의 전형적인 묘사를 전복하면서, 또 다른 초라하고 예상을 벗어난 현실을 조명한다.

발렌티노 액트 컬렉션의 4가지 런웨이 룩은 펑크 테마에서 발현된 혹독하고 맹렬한 블랙&화이트로 고딕과 낭만주의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그늘지고 암울한 뉴욕에 관한 서사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 쉔 신(Shen Xin)

‘Shoulder of Giants’는 2015년 7월 29일 진행된 토론에 관한 기록이다. 지식인과 평론가, 연구원, 학자인 에스더 레슬리(Esther Leslie), 한나 블랙(Hannah Black), 마크 피셔(Mark Fisher), 사이먼 오설리반(Simon O’Sullivan)은 서구의 사회-경제적 시스템에서의 예술의 역할, 예술과 권력의 상관관계, 검열의 무게와 감시, 커뮤니케이션에 관해 논의했다. 

지식의 세대적인 계층화를 지적하는 샤르트르의 버나드(Bernard of Chartres)의 유명한 구절을 작품명으로 삼은 쉔 신의 작품은 토론자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 아바타로 대체한다.

아바타는 산해경(Shan Hai Jing), 또는 <산과 바다에 관한 책(Book of Mountains and Seas)>에서 영감을 얻어 가공한 피조물의 형태다. 중국의 지리와 문화를 기술한 우화 형식의 신화적인 이야기는 2,000여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이런 작동 방식은 관람객이 자신이나 타인의 이미지, 그리고 옷을 입거나 메이크업을 하는 행위로도 가능한 인간 형상의 왜곡이 메시지, 컨텐츠, 언어를 해독하는 과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의문을 품도록 환기한다.

▷ 슈 웬카이(Xu Wenkai)

aaajiao라는 예명으로도 알려진 슈 웬카이는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프로그래머다. 그의 디지털 시학은 종종 비디오 게임의 대화 기능을 수반하는데, 영상 작품 ‘I hate people but I love you’에서도 잘 드러난다.

하나는 3D 모델링된 여자아이 형태이고, 또 다른 하나는 스크린에 표시되는 빈 폴더로 만든 뫼비우스의 띠가 무한히 재구성되는 형태인 순수한 2개의 AI가 일종의 대화에 참여한다.

둘은 서로를 알기 위해, 혹은 아마도 사랑에 빠지기 위해 노력하지만 같은 문장을 반복하는 단조로운 대화는 제자리를 맴돌 뿐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인터랙티브 설치 작품인 ‘Deep Simulator’에서 작가는 디지털 세계에 동화되는 인간 존재, 재현과 시뮬레이션 사이에서 흉내 낼 수 없는 개인의 정체성이 갖는 역할을 주제로 다룬다. 관람객은 가상의 세계로 들어가 주인공이 되어서, 역할 수행을 기다리는 배우, 자신을 바라보는 관객, 아바타로 증식한다.

존재가 더 이상 육체성을 함축하지 않는 대체 영역에서는 자기 긍정과 인지 과정에서 인체가 전혀 불필요한 요소로 전락하며, 이는 흥미로운 동시에 충격적이다. 

▷ AMKK - 2018년 발렌티노 오트 쿠틔르 / 2019년 발렌티노 오트 쿠틔르 / 캐롤라인 후(Caroline Hu)

플라워 아티스트, 마코토 아즈마(Azuma Makoto)와 식물 사진가, 시노키 슌스케(Shunsuke Shiinoki)가 결성한 아티스트 듀오 AMKK의 2가지 작품은 ‘Drop Time’ 시리즈의 일환이다. 이 작품에서 AMKK는 꽃을 잘라 만든 구성물과 영상을 빠르게 재생하는 기법으로 시간과 삶, 아름다움이라는 개념에 관해 탐구한다.

안무에 가까운 둘의 움직임은 ‘정물’에 관한 통상적인 개념을 바꾸어 놓는다. 우리가 보통 멈추어 있다고 인지하는 어떤 것은 실상 천천히 점진적으로 계속해서 형태와 색이 변화하는 과정을 겪는 중이며, 각 주기는 특별하고 가치를 매길 수 없는 매혹적인 순간을 연출한다.

작품과 연계하여 소개하는 룩은 2019년 봄-여름 오트 쿠틔르 컬렉션과 2018년 가을-겨울 오트 쿠틔르 컬렉션 룩, 그리고 ‘플라워 햇(Flower Hats)’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꽃의 세계가 지닌 섬세한 힘에 매료된 피엘파올로 피춀리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면서 AMKK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룩의 디테일은 다소 직접성은 감소했지만 놀랍도록 복잡한 세계를 형성한다.

중국 디자이너 캐롤라인 후가 제작한 드레스 두 벌은 피춀리와 창작 비전을 공유하는 프로젝트에서 디자인한 작품으로, 삼각측량을 연출하면서 꽃이 지닌 자연의 신비와 꽃을 테마로 접목한 의복이 만나 발생하는 표현의 가능성을 확장한다.

▷ 요나스 메카스(Jonas Mekas)

2010년대에 제작된 2가지 영상은 2000년대 초반부터 ‘아방가르드 영화의 대부’로 불린 요나스 메카스가 공개한, 일기에 가까운 방대한 영상물의 일부다.

이 작품에서 관람객은 전후 뉴욕의 카운터 컬처 씬에서 활동하던 작가가 초창기 시절, 세계를 묘사할 때 활용하곤 했던 위대하고 사소한 것들을 향한 시적이고 예민하며 온화한 놀라움을 감지할 수 있다.

‘Pills of wonder’에서 영상 제작자의 시선은 뒤에 ‘매우 훌륭하다’는 웃음으로 규정되는, 벗겨진 벽에서 자라나는 잡초에 집중하거나, 장황한 해설식 TV 광고를 배경으로 의자 모서리를 따라 달리는 개미를 보여준다.

메카스의 렌즈에 포착된 지극히 평범한 삶의 순간은 사소하고 뻔한 매일, 바쁜 일에 시간을 쏟는 동안 외면받은 채 흘러가는 삶의 모든 순간에 집중할 줄 아는 메카스의 역량 덕분에 영화적인 순간으로 프레임에 담겨, 그 순간들을 즐길 준비가 된 관람객들이 이 세계를 살아가는 기쁨을 만끽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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