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토크] 이런 결혼식이 좋더라
[리얼토크] 이런 결혼식이 좋더라
  • 황현선 기자
  • 승인 2021.11.24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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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신부의 개성만큼이나 다양해진 각양각색의 결혼식. 그중 유독 기억에 남는 결혼식, 혹은 선호하는 결혼식이 있는지 하객들에게 물었다.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면 귀담아 들어봐야 할 하객들의 마음속 목소리. 

사진 :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

▶ 너희가 진짜 감동을 알아?

매일 쏟아지는 업무에 허덕이며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해치웠던 나의 어리석은 결혼식이 기억난다. 6년이 지난 지금, 결혼사진 속 나는 피곤해 보인다.

나도 연예인처럼 감성적인 소규모 결혼식을 꿈꿨지만 세세하게 신경 쓸 일도 많고 예산도 오히려 더 많이 드는 현실에 포기했었다. 몇 년 전 한 지인의 결혼식은 스타일만 소박한 게 아니라 진짜로 소박했다.

역 근처 결혼식장에서 입장, 주례, 사진 촬영으로 이어지는 평범한 예식이었다. 하지만 신랑신부는 내내 서로를 바라보며 손을 꼭 잡고 웃었고, 두 사람이 평소 좋아하던 노래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사랑스런 조카들이 반지를 건넸다.

진정 보기 좋은 결혼식이란 이런 게 아닐까? 형식이야 어떻건 두 사람이 서로를 사랑하는 충만한 마음이 한껏 드러나는 감동적인 예식 말이다. 윤소영, 주부, 37살, 기혼

▶ 신랑신부가 진정한 주인공 되기

우리나라의 결혼문화는 결혼식 주체가 신랑신부이기보다 양가 부모님의 지휘에 무게가 실려 있다는 점이 아쉽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결혼한 일본인 친구는 결혼식이 일생 최고의 추억이라고 말한다.

일본에서는 신랑신부가 직접 하객을 신중히 선정하고 초대장을 발송하는데, 초대장을 받은 하객도 신중히 스케줄을 고려해 참석 여부 회신을 발송한다.

결혼식에는 반드시 초대받은 사람만 참석할 수 있으며, 그런 만큼 결혼식 순서마다 모두 한마음으로 집중하여 엄숙하게 이루어지는 문화다.

얼굴도 본 적 없는 친척이나 지인 결혼식에 의무감으로 참석하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편. 신랑신부를 진정으로 아끼고 축하하는 사람들만이 모인 결혼식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황경은, 스타트업 대리, 33살, 기혼

▶ 고즈넉하고 복잡하지 않은 예식

지금까지 다녀온 예식 중 서울 성북동 모처에서 열린 지인의 야외 결혼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저녁나절 선선한 공기와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져 한층 낭만적이었고, 야외라서 코로나 감염 걱정도 덜 수 있었다.

시끌벅적한 실내 예식장과 달리 결혼식에 집중할 수 있는 점도 좋았다. 덕분에 그날 신부 웨딩드레스와 신랑의 턱시도 자태까지 섬세하게 기억나는, 하객과 함께하는 파티 같은 결혼식이었다. 김지영, 연구원, 35살, 미혼

▶ 짧고 강렬하게 부탁해요

개인적으로 짧은 결혼식을 좋아한다. 물론 당사자인 두 사람에겐 소중하고 아름다운 순간이라 최대한 오래 즐기고 싶겠지만, 하객으로서는 간결한 결혼식이 최고다.

식순을 생략하기 아깝거나 어렵다면 특정한 순서에 임팩트를 주는 것도 괜찮다. 예를 들어 축가를 부르는 지인의 마이크를 신랑이 갑자기 빼앗아 열창을 하는 식이다.

요즘은 틀에 박힌 웨딩 연주가 아닌 독특한 음악을 사용하기도 하던데, 음악 덕분에 버진로드 입장 때 강한 인상과 추억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너무 장난스럽지 않게 재밌는 추억거리를 만든다면 하객들도 신나게 그 시간을 함께 즐길 수 있다. 김소원, 언론사 기자, 34살, 기혼

▶ 꽃을 든 하객

어느 지인의 결혼식장 꽃 장식이 유독 예뻤다. 싱싱하고 색감 좋은 생화가 너무 예뻐서 ‘이건 식 끝나면 다 버리나’ 싶은 생각으로 지레 아까워하는데, 식이 끝난 후 하객들에게 나눠주는 게 아닌가? 나도 기다렸다가 한 다발 포장해서 온 기억이 있다.

겨울에 초대받은 한 결혼식에서는 여자 하객에게만 예쁜 포인세티아를 나눠주었다. 너무 기뻤고, 기쁜 마음으로 신랑신부를 더욱 축복한 기억이 있다.

그 뒤로 포인세티아를 보면 가끔 그 결혼식을 떠올린다. 예쁜 꽃을 나눠주는 결혼식을 다녀오면 싱그러운 분위기 덕에 기억에 오래 남는다. 이정현, 출판사 과장, 42살, 기혼


▶ 깍듯한 인사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

결혼식을 찾아온 손님 한 사람 한 사람 충분히 신경 쓸 수 있는 결혼식이 좋은 결혼식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식 주인공은 신랑과 신부지만 하객들에게 축하를 받는 만큼 손님을 정성들여 맞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신랑신부와 하객 모두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결혼식이 되려면 예식장과 식사 등에 신경을 쓰는 것만큼 초대한 손님에게 예의를 갖춰 환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단순히 예식홀 앞이나 식사 자리를 돌며 하는 인사보다 조금 더 정성이 담긴 감사를 표현하는 결혼식이 가능할지, 어떤 방법이 있을지 고민해보게 된다. 김은채, 일러스트레이터, 29살, 미혼

▶ 결혼식은 맛으로 기억된다

솔직히 말하자면, 결혼식 버진로드 장식이나 신부 웨딩드레스가 얼마나 예뻤는지는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 하객으로서 중요하면서도 기억에 남는 것은 피로연 음식과 맛이다. 

예식홀에서 레스토랑처럼 서빙을 받으며 스테이크를 써는 동시예식인지, 아니면 뷔페인지, 그리고 맛있었는지, 아니면 괜히 왔다 싶을 정도로 맛없는지가 중요하다. 낭만 없는 것을 넘어 너무 현실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사람 마음이 그런 걸.

꼭 동시예식의 양식 코스만 선호하는 건 아니다. 어느 후배의 결혼식 피로연장에서 먹은 따끈한 갈비탕 한 그릇의 맛이 오랫동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걸 보면 말이다.

어쨌든 나는 음식이 맛있는 결혼식이 좋고 내 결혼식 때도 맛좋은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 김은지, 잡지 에디터, 39살, 미혼

황현선 기자 news@wedding21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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