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영화 속에 숨은 연애 심리 이야기 - 장르만 로맨스

관계, 사랑은 손가락 지문과도 같다. 다양한 방식과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그래서 어려운지 모른다.?

지난 11월부터 극장가에는 로맨스 장르의 행렬이 계속되고 있다. 선물처럼 등장한 로맨스 영화들은 연인 혹은 사랑하는?관계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나름의 방식으로 해답을 전한다. 영화 속에 숨은 연애 심리 이야기.

▶ <장르만 로맨스> 첫사랑은 정말 평생 잊을 수 없는 걸까?
 

사진 : 영화 '장르만 로맨스' 포스터

지난 달 11월 개봉한 영화 <장르만 로맨스>에는 다양한 관계가 등장한다. 이혼한 부부, 친구의 전 부인과 사귀는 사이, 동경처럼 사랑하는 사이 등 각양각색의 사연.

그중에서도 가장 ‘보편적인 로맨스’로 빛났던 사이는 옆집 누나에게 반한 ‘고딩’의 이야기가 아닐까. 고3 성경(성유빈)은 여자 친구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하면서 자연스레 이별을 겪는다.

억울한 이별의 감정을 채 추스르기도 전, 엉뚱한 이웃사촌 정원(이유영)을 만나게 된다. 학원을 내팽개치고 노래방에 가고, 아이스크림을 먹고, 피크닉을 가고. 이게 데이트 아니면 뭐람? 그렇지만 고딩과 성인의 사랑은 쉽게 용납해주지 않는 세상이다.

물론 이 커져가는 사랑이 쌍방이 아니라 짝사랑이라는 게 가장 큰 비극이지만. 결국 성경은 현실을 깨달으며 실연의 상처를 안게 된다. 아마 이것이 성경의 진짜 첫사랑일 게다.

이전 여자 친구들과 헤어졌을 때와 달리 마음이 찢어지는 걸 보니. 뒤늦게 찾아온 사춘기처럼 혼란스러운 감정은 첫사랑이 분명하다.

무릇 처음이란 게 그렇다. 경험해보지 못했던 탓에 아무런 대처도 할 수 없다.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어른이 되어 능숙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연애들과 달리, 첫사랑만큼은 서툴고 아련하다. 아마 다시는 경험해보지 못할 설렘이니까.

소중한 ‘처음’에 사랑까지 더해졌다. 그러니 애틋하지 않을 리가. 첫사랑은 절대 잊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그 사람이 특별해서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아도 해당된다.

‘처음’느낀 애틋한 감정이기 때문에 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첫사랑의 아픔도 잊을 수 없을까. 눈을 감고 가만히 떠올려보자.

그동안 숱하게 해왔던 당신의 연애를. 가장 최근의 연애는 아마 좋은 기억보다는 이불을 발로 차고 싶은 흑역사로 떠오를 것이다. 더 심각하게 파고들면 ‘내가 걜 왜 좋아했지?’라는 의문까지 피어오를 거고.

분명 좋은 기억도 있겠지만, 어쩐지 성인이 된 이후의 연애들은 잊고 싶은 ‘흑역사’가 먼저 떠오른다.

반면, 지금은 희미한, 아주 오래 전 첫사랑의 기억은 빛바랜 사진을 꺼내듯이 감성에 젖게 만든다. 좋은 이별을 했건, 불행한 이별을 했건 간에 좋은 기억만 떠오른다. 심지어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지경에 이른다.

바로 기억의 ‘미화’다.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하고 싶은 면만 기억하게 되는 것. 첫사랑과 관련된 기억은 아름다운 추억만 남게 된다. 그때 내가 얼마나 서툴렀는지, 그때 내가 얼마나 아파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설령 기억이 난다 해도 ‘추억’이라는 이름 아래 예쁘게 포장된다. 분명 그때는 숨 쉴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아팠는데, 지금은 추억에 가슴이 먹먹해질지언정 아픔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첫사랑이 잊히지 않는다는 건 모든 이에게 적용되는 불변의 법칙일 것이다. 그러나 첫사랑의 아픔은 영속성이 적용되지 않는다.

아직도 첫사랑 때문에 아프다고 소리치는 이들이 있다면, 아마 그건 아픔의 잔상을 착각하는 것이며 추억을 거대하게 포장하려고 하는 거짓말일 수도 있겠다. 그러니 지금 첫사랑의 열병을 앓는 이들이 이 사랑을 잊지 못하고 아파할까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사람의 감정 혹은 사랑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흐르고 변화할 테니까. 이불을 뒤집어쓰고 펑펑 울던 성경이 정원을 보고 쿨하게 웃는 것처럼 우리의 첫사랑도 미소 지어질 아름다움으로 남게 되니까. 고로, 첫사랑은 평생 잊을 수 없다는 가설은 사실이다.
 

사진 : 영화 '장르만 로맨스' 포스터
사진 : 영화 '장르만 로맨스' 스틸컷
사진 : 영화 '장르만 로맨스'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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