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코리아'…한국은 어떻게 '콩쿠르 강국'이 되었나 [상반기 결산-클래식]
'어메이징 코리아'…한국은 어떻게 '콩쿠르 강국'이 되었나 [상반기 결산-클래식]
  • 조윤예 기자
  • 승인 2022.06.25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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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반 클라이번 피아노 콩쿠르 최연소 우승자인 임윤찬. (반 클라이번 재단 제공) © 뉴스1

올 상반기 한국 클래식계에 낭보가 이어졌다. 한국의 젊은 클래식 연주자들은 최근 두 달 새 열린 세계적인 권위의 콩쿠르를 연이어 제패했다. 'K 클래식' 돌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하지만 '콩쿠르' 지상주의에 갇힌 채 획일화된 교육만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콩쿠르 입상과 예술가로서의 성장은 분명 다른 영역임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 전 세계 마음 사로잡은 한국의 연주자들

한국시간으로 지난 19일 막을 내린 제16회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는 18세 피아니스트 임윤찬이었다.

직전 대회(2017년) 선우예권에 이어 두 대회 연속 한국인이 정상에 서는 쾌거였다. 임윤찬은 전 세계 클래식 음악 팬이 참여한 온라인 인기 투표에서도 가장 많은 표를 얻어 청중상도 받았다.

이에 앞서 지난 4일엔 '세계 3대 음악 콩쿠르'로 꼽히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첼리스트 최하영(24)이 우승했다.

지난달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27)가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다. 비슷한 시기 바이올리니스트 위재원, 바수니스트 김민주도 각각 워싱턴 콩쿠르, 프라하 봄 국제 음악 콩쿠르 정상에 올랐다.
 

2022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첼리스트 최하영. (퀸 엘리자베스콩쿠르 제공)2022.6.5/뉴스1

이뿐만 아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결선에는 최하영을 비롯해 문태국·윤설·정우찬까지 4명이 동반 진출했다. 더 이상 세계 음악계에 있어 변방이 아님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지난해에도 피아니스트 박재홍이 부소니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고, 피아니스트 서형민과 김수연은 각각 본 베토벤 콩쿠르, 몬트리올 콩쿠르 우승자로 호명됐다.

◇ 한국식 영재교육과 부모의 헌신으로 빛나는 콩쿠르 우승

바야흐로 한국인 콩쿠르 전성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 배경엔 한국식 영재교육 시스템이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와 금호문화재단 등을 중심으로 한 콩쿠르 맞춤식 교육이 성과를 내는 것이다. 한예종 산하 한국예술영재교육원도 있다.

최근 세계 유수의 콩쿠르에서 우승 또는 입상한 젊은 연주자들이 거쳐 가는 코스다. 부모들의 헌신적인 지원도 한몫했다.

류태형 음악평론가는 "음악 신동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교육 시스템이 자리를 잡았고, 부모들의 열성도 밑바탕이 됐다"며 "특히 10대 때부터 경쟁 구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에 따라 국제무대에서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기량을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선 세대가 뿌린 씨앗을 이제 수확하는 단계라는 평가도 나온다.

음악평론가인 노승림 숙명여대 문화행정학과 교수는 "한국의 클래식 수준이 하루아침에 급성장한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으로 공을 들였던 성과가 '콩쿠르 입상'이란 열매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뉴스1DB) 2022.5.30/뉴스1

◇ '콩쿠르 강국'으로만 남아선 안 돼…'콩쿠르는 출발선'

그럼에도 성과에만 집중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예술에 순위를 매기고 이를 칭송하는 분위기가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고민도 있다. 콩쿠르 입상 이력이 한 예술가의 인생 전체를 대변할 순 없기 때문이다.

류태형 평론가는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고 해서 2~3위를 한 음악가에 비해 더 나은 커리어를 영위한다는 보장이 없다"며 "음악에는 분명 '콩쿠르의 숲'과는 다른 생태계가 있는데, 콩쿠르에서 우승하지 못했더라도 다른 무대를 통해 더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콩쿠르 강국'으로만 남지 않으려면 기성세대들이 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노승림 교수는 "콩쿠르 입상 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도태되는 사례도 수없이 목격했다"며 "특히 콩쿠르는 특정 기준을 갖고 경연자를 평가하기 때문에 다양한 음악성이나 가치를 발굴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콩쿠르는 음악성을 완성하는 자리가 아니고, 출발선과 같다"며 "'콩쿠르 우승'만을 목적으로 삼지 말고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아티스트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국가나 사회가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윤예 기자 news@wedding21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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