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living together

[편집자주] 세상엔 지문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단 한 명도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은 없다. 결혼, 그리고 가족도 그렇다. 같은 결혼 생활도 없고, 같은 가족도 없다. 모두 제각기 다른 형태로 존재하는 사람들. 보편성의 시선을 깨고, 가족이라는 참된 의미 아래 묶인 이들을 바라본다
 

사진 : 웨딩21DB

다양한 삶의 방식이 등장하면서 ‘동거 가족’의 모습이 주목받고 있다. 한집이나 한방에서 같이 사는 사람들. 

그들은 사랑하는 사이일 수도, 우정을 나누는 사이일 수도, 그리고 경제적인 부담을 ‘셰어’하는 사이일 수도 있다. 이들이 보편적인 세상이 규범 짓는 ‘가족’과 다른 점은 제도에 속하지 않다는 것이다. 

새로운 가족,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동거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보았다.

동(同) : 같이하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 이 명제의 숨은 뜻은 ‘함께하는 삶의 행복’이다. 예로부터 인간은 늘 함께 살아왔다. 

공동체 문화를 통해 인류를 발전시켜왔고, 서로를 돌봐주며 ‘사랑’이란 감정을 정의해왔다. 인간은 홀로 있을 때 외로움을 느끼며, 그래서 함께하는 행복을 알고 있다.

하지만 함께하기 때문에 갈등이 일기도 한다. 싸움과 미움, 그리고 분쟁과 같은 논란은 모두 함께할 때 벌어지는 일과 감정이다. 개인은 모두 같은 가치관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문화적 인식이 높아진 오늘날에는 각자의 이념과 가치관을 중시하고, 개인의 행복에 주력한다. ‘사랑’을 매개체로 모였던 ‘가족’이 해체되는 이유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지난 1월 발표한 ‘2022 미혼남녀 혼인, 이혼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미혼남녀 1000명 중 54.7%인 응답자 과반이 비혼을 긍정적으로 인식했다.

혼인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1인 가구의 비율은 2021년 기준 전체 가구 수 중 33.4%를 돌파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상승해온 수치다. 이처럼 많은 이가 혼자서 사는 가치를 알게 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함께하는 삶을 완벽히 포기할 순 없다.

우리는 이미 함께 사는 행복을 알고 있기에

거(居) : 거주하다

도서 《더 사랑하면 결혼하고, 덜 사랑하면 동거하나요?》는 정만춘 작가의 동거 생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세 명의 남자, 그리고 한 명의 여자와 동거했던 연애 천재의 이야기다.

연애를 기반으로 한 동거 이야기라고 해서 비밀스러울 거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첫 챕터를 읽자마자 이것은 ‘치밀한 생활 기록’임을 알 수 있다.

작가는 가부장적 가족 공동체와 결혼제도가 포용하지 못하는 ‘개인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 ‘동거’를 선택했을 뿐, 그것 또한 일상이자 삶이다.

책에서 알 수 있는 건, 동거 역시 함께하는 일상이라는 것이다. 변하는 건 없다. 그저 서로에게 더 집중할 뿐. 동거는 더욱 집중적이고 효율적인 삶이라는 걸 느끼게 한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0년 비혼 동거 실태 분석 연구’에 따르면, 동거하는 사유로 ‘별다른 이유 없이 자연스럽게’가 1순위로 꼽혔다. 이렇듯, 동거 이유는 거창하지 않다.

더불어 ‘동거 가족’의 의미도 거창하게 말할 필요 없다. 그저 수많은 가족 중 하나의 형태일 뿐.

어찌 보면 예식이나 경제적 비용 지출의 허례허식을 덜어내고 마음으로만 이어진 가족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하여 정만춘은 ‘동거’의 삶을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왜 동거가 아니라 결혼인가?”
 

사진 : (좌)<더 사랑하면 결혼하고, 덜 사랑하면 동거하나요?> 저자 정만춘, 출판사 웨일북 (우)tvN 예능 프로그램 <조립식 가족>

가(家) : 집

지난 5월 종영한 tvN 예능 프로그램 <조립식 가족>에서는 가족을 만드는 방법을 이렇게 설명한다. 

부부, 부모와 자식, 그리고 새로운 형태의 대안 가족. 프로그램은 진짜 자매는 아니지만 가족, 혹은 같은 꿈을 좇는 동거인들, 결혼은 안 했지만 함께 사는 이들의 삶을 비춰준다.

이렇게 제도로 규정지을 수 없는 ‘동거’ 가족을 이름처럼 ‘조립식 가족’이라고 정의한다. 패널로 나온 배우 김영옥은 ‘조립식 가족’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한다.

“좋은 곳은 번듯한 공간이 정하는 게 아니라, 좋은 사람으로 결정된다.” <조립식 가족>을 통해 알 수 있듯, ‘동거’의 의미는 좀 더 포괄적이다.

‘법률상 혼인으로 인정받을 수 없으나, 사실관계에 있는 부부관계’처럼 사실혼의 의미보다 범주가 더 크다. ‘동거’ 가족 안에는 우정으로 엮인 이들이나, 경제적 목적을 위해 뭉친 이들이나, 현재 법적 제도에 편입할 수 없는 이들이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동거는 결혼의 사전 단계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았다. 결혼 예정자들이 미리 살아보는 체험판과도 같았다.

하지만 지금 세대는 다르다. 편견이 가득했던 ‘동거’를 ‘함께’의 의미로 인식하는 것이다. 세대는 본질에 집중한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지금 세대들은 동거를 또 다른 삶의 형태로 인식한다. 이에 따라 제도 역시 움직여야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족(族) : 일정한 공동성에 의하여 묶어지는 부류

혼인하지 않는다고 해서 동거 가족을 볼 때 제도를 부정하는 사람들로 오해하면 큰일이다. 동거 가족은 ‘함께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뤄진 사람들이다.

우리나라에 그들을 위한 제도가 없을 뿐. 우리는 동성혼도 없고, 이렇다 할 동반자법도 없다. 동성 커플은 적용될 수 없는 ‘사실혼’만 있다.

몇 해 전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생활동반자법’에 대한 이야기가 꾸준히 등장했다. 이미 프랑스와 스웨덴에는 비슷한 법적 제도가 있다.

프랑스의 팍스(PACS)는 시민연대계약으로 ‘두 이성 또는 동성 성인 간의 시민 결합’ 제도다. 성별이나 형태에 제한을 두지 않는 동반자 결합 제도.

프랑스의 동거 가족은 지방법원에 동거 계약서를 제출하기만 하면 가족과 같은 법적 지원과 보호를 받는다. 해지 역시 서류 한 장만 제출하면 된다.

이미 프랑스의 많은 동거 가족이 팍스 제도에 가입했으며, 이로써 프랑스의 결혼관 역시 많은 변화를 겪게 되었다. 결혼하지 않아도 출산 지원이 이뤄지기에 출산율도 올랐다.

프랑스는 2020년 기준 유럽에서 가장 높은 출산율을 자랑한다. 많은 이들이 팍스를 통해 가정을 이루고 있다는 뜻이다.

스웨덴의 ‘동거법(Sambolagen)’, 네덜란드와 독일의 ‘동반자 등록법(National Registered Partnership)’, ‘생활동반자법’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라의 동거 가족들이 가장 걱정하는 점이 바로 법적 문제다. 큰 사고를 당했을 때, 서로 법적 보호자가 되어줄 수 없으며 정당한 의료·주거·사회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는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일구고 있지만, 그에 따른 법적 기반은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높아진 인식에 걸맞은 ‘생활동반자법’을 갖춘다면 우리 사회는 좀 더 ‘함께’ 살기 나은 터전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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