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도서 '더 사랑하면 결혼하고 덜 사랑하면 동거하나요?'

[편집자주] 세상엔 지문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단 한 명도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은 없다. 결혼, 그리고 가족도 그렇다. 같은 결혼 생활도 없고, 같은 가족도 없다. 모두 제각기 다른 형태로 존재하는 사람들. 보편성의 시선을 깨고, 가족이라는 참된 의미 아래 묶인 이들을 바라본다.

동거 일상을 담은 에세이 도서 《더 사랑하면 결혼하고 덜 사랑하면 동거하나요?》의 저자 정만춘과 나눈 솔직한 ‘동거’ 이야기.
 

사진 : 웨딩21DB
사진 : 웨딩21DB

Q 작가님의 동거 생활 이야기를 담은 도서 《더 사랑하면 결혼하고, 덜 사랑하면 동거하나요?》의 집필 계기가 궁금합니다. 수많은 삶의 이야기 중 왜 ‘동거 생활’을 다루게 되었나요.

매해 가정의 달이 되면 새로운 관계의 형태에 대한 칼럼 요청이 들어옵니다.

당시에 저는 〈디렉토리매거진〉에 동거 에세이를 기고하고 있었는데요. 그 에세이를 보고 출판사 웨일북의 김건태 편집자님이 먼저 제안을 주셔서 책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Q ‘동거 에세이’는 또 새로운 카테고리의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실제 작가님의 생활이 녹아 있어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가 특징이죠. 책에서 동거 생활에 대해 “내게 동거는 결혼을 위한 준비나 실험이 아니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작가님이 동거는 임시적 상태가 아닌 완전한 삶의 형태라는 것을 깨달은 특별한 순간이 있었을까요? 

좋은 질문이네요. 하지만 기대와 달리 ‘완전한 삶의 형태’를 깨달은 순간은 없었습니다. 물론 삶에서 어떤 순간이 찾아올 때가 있고, 어떤 사람은 그런 순간을 잘 붙들기도 하지만요.

저는 대다수 사람도 결혼 또한 완전한 삶의 형태라는 걸 깨달아서 한다기보다 다른 사회적·경제적 이유로 결심한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살아보고 경험해보니 좋았던 거지, 결연하게 결심한 후에 동거한 것은 아닙니다.

Q 첫 번째 챕터 속 ‘언젠가 괜찮은 산책로’ 편에서는 동거에 대한 편견과 실제 동거 생활에 대한 견해 차이를 이야기하셨습니다. 처음 동거 생활을 밝혔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동거에 대한 인식은 모든 세대에서 보편적으로 긍정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유유상종’인지라 제 주변에는 저와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아, 그렇구나’ 정도의 반응이었습니다.

책에서 나온 ‘편견’에 대한 에피소드는 보통 옆집이나 동네 빵집 정도의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과 있었던 이야기죠. 안전한 환경에서 살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Q 요즘은 많은 현대인이 동거 구성원을 새로운 가족 형태로 받아들입니다. 동거 가족 구성원으로서 그만큼 동거에 대한 달라진 ‘사회적 인식’을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실제로도 주변에 동거하는 친구가 많습니다. 혼인신고와 결혼식 유무는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요. 그냥 그 사람이 파트너가 있는가, 없는가 정도만 알죠.

어쩌면 주변에 퀴어 커뮤니티가 많아서 더 그럴 수도 있고요. 하지만 제가 청탁받아서 칼럼을 쓰거나 인터뷰를 하면, 포털사이트의 댓글은 아주 공격적이고 부정적입니다.

사회적 인식이 보통 그런 건지, 아니면 온라인 커뮤니티 특유의 극단적 반응과 그 순환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럴 때 보면 ‘여전히 변하지 않았구나’ 싶습니다. 

Q ‘같이 살고 싶은데 너네 집 가서 전 부치긴 싫어’ 편에서 말씀하시듯,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은 동거와 결혼을 결심하는 공통적인 이유입니다. 또, 두 사람이 함께 생활을 합친다는 점에서 혼인과 동거는 공통점을 두지요. 두 가지 가족 형태의 표면적 차이가 ‘법적 제도의 유무’라면, 드러나지 않는 심리적 차이도 있을까요? 생활하면서 느끼신 점이 있다면요?

개인별로 다르겠지만 아무래도 동거는 결혼보다 서로를 느슨하게 묶는 형태라고 볼 수 있어요. 심적으로도요.

상대와 이별할 때 결혼처럼 경제적으로 묶여 있거나, 일가친척에게 모두 알려야 하면 좀 더 수고로우니까요. 그런 수고를 이길 만큼 이혼 의지가 강력해야만 헤어지죠. 동거는 오히려 관계 유지에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결혼보다 이별 과정이 좀 더 단순해질 수 있기 때문에, 서로에게 확신이 있을 때 관계가 더 오래 유지되는 것 같거든요.

Q 작가님이 생각하시기에 ‘동거 생활’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요?

‘결혼과 대비되는 의미로서의 동거’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서로 책임질 수 있고 책임지고 싶은 만큼만 감당하면 된다는 점이 장점이에요.

그냥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의미로서 동거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누군가에게 기댈 줄 아는 법을 배운다는 게 좋습니다. 

Q 혼인법 위주의 주거제도로 인해 동거 생활에 불편을 겪은 적은 없었나요?

사실 젊을 때는 혼인법 위주의 제도가 크게 불편하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서로 병원 갈 일이 많아지고, 보험 가입 및 수령 문제가 대두되고, 유산이나 재산 배분 문제가 생기면서 불편함을 겪겠죠.

제가 여기저기서 생활동반자법 제정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사실 현재보다는 우리의 미래를 생각해서입니다.

Q ‘그리하여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편에서는 ‘동반자법이 통과된 이후’라는 가상의 미래를 그려내셨습니다. 이처럼 생활동반자법이 제정된다면 앞서 말한 ‘법적 제도 유무’의 차이점이 사라집니다. 자연스럽게 혼인과 동거의 경계점이 허물어지겠지요. 이에 따라 각각의 의미가 바뀔 것도 같습니다. 생활동반자법이 자리 잡은 미래의 ‘동거 생활’은 어떤 형태일까요?

프랑스의 ‘팍스’ 제도와 비슷한 형태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삶의 문제가 객관식이 아니라 서술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결혼할래? 말래?’가 아니라 ‘어떤 형태로,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은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답이 혼자 살고 싶다거나 반려동물이나 식물과 살고 싶은 것이라 하더라도 받아들여져야 하고요.

결혼뿐만 아니라 삶의 다른 선택들, 대학 진학이라거나 취업이나 주거 같은 것도 오지선다 안에서 찍기보다 상상력을 발휘해서 자신의 욕망을 들여다볼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겠어요.

Q 작가님은 생활동반자법이 이뤄진다면 무엇을 제일 먼저 이루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뭘 이루고 싶은 것은 없고요. 그냥 파트너와 친구들이랑 축하주나 한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하.

Q 다시 현재로 돌아와 법적 제도로 묶인 가족이 아닌, 동거 가족이 서로 잘 살아가려면 구성원으로서 어떤 노력이 더욱 필요할까요? 다양한 구성원과 동거의 삶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에게 조언을 전하자면요?

사실 누군가와 함께 잘 살기 위한 대답은 저보다는 가부장 사회에서 30년 넘게 남성 파트너와 함께해온 여성들(우리 부모 세대)이 더 잘 대답해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결혼식 주례사처럼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등등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겠죠. 다만 동거를 준비하는 분들에게는 사회적 시선에 연연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남들도 동거를 하나?’, ‘동거한다고 할 때 누가 뭐라고 하면 어떡하지?’ 이런 고민을 하신다면요. 한 번뿐인 당신 삶이 다른 사람의 뒷말보다 훨씬 중요하지 않느냐고 말해주고 싶어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이 시대의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요?

자발적으로 서로에게 어깨를 내어주고, 기댈 줄 아는 관계. 지금의 가족은 이러한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작권자 © 웨딩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