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 여자라는 신분으로 치열하게 살고 있는 3명의 워킹우먼이 만났다. 왜? 솔직담백하게 또는 적나라하게 결혼에 대해 제대로 얘기해보기 위해서.  봄볕이 따스하게 내리쬐던 오후, 종로의 커피숍에서 세 여자가 만났다.


 
 
결혼 5년 차이며 한 아이의 엄마인S,결혼을 3일 앞둔 새 신부 J, 그리고 결혼에 대해 환상만 가지고 있는 A. 무엇보다 일이 우선이고 야근을 밥먹는 듯하는,어찌 보면 3D직종이라는 에디터 직업을 가진 그녀들이 결혼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수다를 떨었다.


J (청첩장을 건네며) 선배!

S 보자보자. 모바일 청첩장 보니까 얼굴이 잘 안 보이더라. 아우 얘비싼 것도 했다~. 여기에 왜 이렇게 돈을 썼니. 나는 이런데 돈 안 썼거든.


J 선밴 남자 반응이야. 첩첩장 보면 반응이 딱 나눠져. 남자는 왜 이런데 돈 썼냐, 여자는 예쁘다. 그나저나 결혼준비 때문에 골치 아파 죽겠어. 뭐 이렇게 할 게 많아?

A S선배는 결혼준비 어떻게 하셨어요?

S 난 별로 골치 아플 거 없었어. 집은 시댁에서해주셨고, 혼수는 그냥 3천만 원 받아서 그 안에서 다 우리가 다 알아서 했어. 신혼여행이랑 TV 정도만 신경 쓰고 나머지는 기본적인 걸로. 3개월 만에 뚝딱 해치웠지.

A 준비기간은 J선배랑 똑같네요?


J 나는 일하면서 준비하는 거잖아. 더 정신없지. 하기야 선배도 마감 치르며 준비했겠다.

S 그런데 다른 친구들 말을 들어보니까 부모님들 간섭이 많던데 다행히 난 없었어. 다만 아버님 형제들이 많아서 그거때문에 싸웠어. 어머님이 말도 안 되는 예단 목록을 내게 준 거야. 그래서 신랑이랑 싸우고, 어머님이 신랑 말 듣고 이불이나 해다오 그랬어. 그래서 친척들한테 이불만 돌렸지.

A 몇 분이나 되시는데요?

S 7형제분.

A J헐~

S 신랑 있는 데서 어머님이 준 것도 아니고 단둘이 있을 때 봉투를 줬거든. 나는 용돈인가 해서 봤는데 웬걸 목록이 있는거야. 드라마처럼 밍크코트 그런 건 아니지만 핸드백이니 뭐니 정해주는데 짜증이 나잖아. 그래서 신랑한테 막 퍼부었지. 내가 이런 대우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으니 빨리 정리하라고. 그러면서 결혼에 대한 환상은 많이 없어졌어.

A 예단이나 혼수를 줄이면 시댁에서 나중에 눈치주고 그런거 없어요?

S 처음 신랑이 집을 1억 4천만 원짜리 아파트로 하겠다고 했을 때 어머님이 놀랬지. 1억이면 떡을 치는데 무슨 1억 4천만 원이냐고. 그러면서하시는 말씀이나는 그 집만큼의 뭘 더 가지고 오겠냐는 거야.

당연히 나오는 시나리오지. 그 말 전해 듣고 신랑에게 난 아무것도 안 할 테니 그냥 방 한 칸 얻으라고 했지. 그러니까 어머님이 이거해주고 아쉬운 소리 듣지 말자면서 집해주시고, 거기 맞춰서 친정엄마가 기본적인거해주시고.


A J선배도 시댁이랑 혼수 때문에 그런 기 싸움과정은 없었나요?

J 그런 건 없었지만 시댁에서 기본적으로 집을 해주시질 못하고 전세자금을 많이 못해주시니까 이불이니 예단도 하지 말라는거야.
 
S 아. 당신네가 못해주니까.

J 시집에선 많이 못 해주니까 더 받기 싫고 우리 엄마는 딸 보내면서 기죽지 말라고 더해주려고 하는 입장이고. 그래서 친척도 없으니 시댁이 불만 하려고 그랬는데 결국 방짜유기까지 들려 보냈어. 혼수는 오히려 갈등이 없었어. 나는 좋은 걸로다 하고 싶었고 남자친구는 뜯어 말리고.

내가하고 싶은 걸로 했으면 1천만 원도 넘었을 거야. 그런데 남자친구가 우리 엄마 부담주지 말자고 해서 모든 걸 5백만 원 안에서 해결했어. 그런데 결혼할 때 남자 속옷까지 다 사줘?

S 사람마다 다르지. 난 안 사줬는데.

J 양복 3벌에 트렌치코트에 겨울 코트까지 해줬어. 그런데 엄마는 속옷까지 다 해주라는 거야.

S 해주라고 하시는데 하면 되지.J 그런데 아쉬움이 좀 있지. 내가 이만큼만 받는데. 대출이나 그런 부분을 엄마한테 말 안 하고 진행하는 거잖아. 그런데 이렇게까지 해줄 필요가 없는데 하는 생각이 좀 들더라. 어차피 대출금은 같이 갚아야 하는 거잖아. 대신 살림 절대 안 할거야.

S 하지 마. 애도 2년까지는 안 가져도 괜찮아. 나이가 있으니까.

J 또 다른 건 오빠 매형이 한 분 있는데 그분이 인테리어를 하시거든. 도배 때문에 약간 트러블이 있었어. 그런데 그분 눈치가 날 하대하려드는 거야. 내가 결혼을 한 상태도 아닌데 왜 그러시지? 도배 비용으로 이런저런 말이 나오고. 나중에 우리집보고 태도가 좀 누그러지시더라.
 
A 집이 좋아서?

J TV랑 냉장고 제일 좋은 걸로 했어. 되게 기분상하더라고. 그래서 건드리기만 해보라고 오빠한테 딱 그랬어.

S 결혼 한번에 네가 전사가 됐구나.

A 혼수가 중요하긴 한가 봐요. 그래서 어머니들이 다 해줄 만큼 해주려고 하시는거고...

J 그래서 눈에 보이는 TV나 냉장고는 좋은 것 해야 해. 가구는 나중에 좋은거 하면 되고. 원래 교양 있는 분들은 안방 들어오거나가구 살피고 안그러시니까. 만약 그러신다면 남편 잡아야지. 중간에서 컨트롤잘하게.

A 뭔가 현실적으로 팍팍 다가오는 느낌인데….

S 연애는 환상으로 할 순 있어. 하지만 결혼은 환상으로 하면 안돼.

J 오히려 현실적으로 돼가는 게 맞는 것 같아. 이 사람이랑 살면 참 재미있겠다 그런 건 있지. 하나하나 마음 씀씀이가 예쁘니까. 어젠 신혼집 혼자 가서 바닥 청소 꼼꼼히 다 해 놨어. 우리 처음으로 같이 살 집인데 거기 사람 신발 신고 다니는 거 싫다고.


2편에 계속...


사진 <웨딩2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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