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미니츠' 김환희 "완벽한 '4분' 위해 상처투성이 된 내 손"
'포미니츠' 김환희 "완벽한 '4분' 위해 상처투성이 된 내 손"
  • 황현선
  • 승인 2021.04.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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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포미니츠'에서 제니를 연기하는 김환희(국립정동극장)© 뉴스1

천재 음악가는 배우라면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배역일 것이다.

신이 준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태어났지만 그 재능으로 고통받는 천재는 외롭고 불우하고 그래서 또 매력적이다. 이를 연기하기 위해선 곱절의 노력이 필요하다.

뮤지컬 '포미니츠'(Four Minutes)에서 천재 피아니스트 제니를 연기하는 배우 김환희(30)에게도 이번 역할은 그런 면에서 하나의 도전이었다. 천재 피아니스트이자 살인죄로 복역 중인 죄수이자 아이를 잃은 어린 엄마까지. 보통의 사람으로선 하나도 겪기 힘든 일들로 세상과 단절한 제니는, 김환희가 '베르나르다 알바'(아멜리아 역), '킹키부츠'(로렌 역), '브로드웨이 42번가'(페기 소여 역) 등 이전 작품에서 맡았던 역할의 성격과도 정반대다.

지난 22일 서울 정동극장에서 만난 김환희는 "천재 피아니스트가 쉬운 도전은 아니지만 어려운 것을 부딪쳐보고 싶었다. 피아노라는 소재가 궁금했고 지금까지 맡은 캐릭터와 반대 성격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포미니츠'는 60년간 여성 재소자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온 크뤼거(김선경·김선영 분)와 천재적 재능을 가진 피아니스트이지만, 살인죄로 복역 중인 18세 소녀 제니(김환희·김수하 분)가 만나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렸다. 2006년 개봉해 독일 아카데미 작품상까지 수상한 크리스 크라우스 감독의 영화를 바탕으로 만든 초연작이다.

세상에 대한 원망과 분노로 가득 찬 제니는 누가 건드리면 바로 폭발할 것 같은 시한폭탄과도 같다. 항상 독설을 쏟아내고, 욕설도 서슴없이 내뱉는다. 김환희는 "길들여지지 않은 들짐승 같다"며 "되게 예민하고 폭발할 거 같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제니를 표현해내기까지 말투, 표명, 몸짓, 발걸음, 손짓까지 정말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건 역시 피아노 연주다. 특히 제니가 콩쿠르 결선에서 선보이는 피아노 연주 '4분'은 이번 뮤지컬의 백미로, 배우가 직접 연주하는 유일한 곡이다. 이를 위해 그가 공들인 시간은 6개월. 짧게 자른 손톱은 깨지고, 손과 팔에는 여기저기 긁힌 상처투성이다. "솔직히 무대에서 창피하면 안 되잖아요. 완성된 모습을 보여야 하고 관객도 그걸 보고 싶어 할 거 고요."

결선곡인 슈만의 피아노곡을 치는듯하던 제니는 갑자기 폭풍 같은 즉흥 연주를 시작한다. 피아노를 두드리고 발을 구르고, 건반 위를 훑어내리다(글리산도)가 현을 뜯고, 때리며 온몸으로 연주한다. 크뤼거나 어릴 적 아버지가 요구한 그런 연주가 아닌 자신만의 연주로 꽉 채운 4분이다.

김환희는 "4분 연주는 '나'라는 사람은 어디에도 갇혀 지낼 수 없고 누구도 날 가둘 수 없다는 내 이야기를, 내 족쇄를 스스로 풀며 '나가자'하는 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거기에는 아버지에 대한 증오와 아기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크뤼거에 대한 고마움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 김환희(국립정동극장)© 뉴스1

족쇄를 푸는 것은 제니 뿐만이 아니다. 제니의 재능을 부러워하는 교도관 뮈체와 과거에 갇혀 살았던 크뤼거도 각자의 자유를 꿈꾼다. 이는 이번 작품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크뤼거와 뮈체, 제니가 함께 부르는 '나의 바다'라는 넘버가 있어요. 많은 풍파를 겪고 바다처럼 잠잠하게 각자의 결심을 이야기해요. '나를 위해서 나의 바다를 헤엄쳐갈게요.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서~ 나의 인생을 살아갈게요'라고요."

"본인의 삶인데 누구한테 인정받기 위해서 산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하지만 제니를 연기하는 그의 어깨도 무겁다. 지난 2015년 뮤지컬 '판타지아'로 데뷔한 그는 2019년 제3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자 신인상을 수상하며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오고 있다. "마음가짐은 같지만, 비중만큼 책임감과 부담이 더한 것은 사실이에요. 막공까지 완주해내고 나서 조금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공연은 다음 달 23일까지다.

황현선기자 news@wedding21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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