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영화를 통해 보는 사랑의 문답 - 해피 뉴 이어편
로맨스 영화를 통해 보는 사랑의 문답 - 해피 뉴 이어편
  • 한혜리 기자
  • 승인 2022.04.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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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문답 in Romance Movie

종종 우리는 비이상적인 감정, 혹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기분을 느낀다.

보통 사랑이 여기에 속한다. 정답도 없고, 해답도 없고, 방법도 없다. 그저 겪어봐야 아는 법. 때문에 사랑 앞에서 길을 잃는 연인도 많다.

난해한 연애로 고통받고 있다면, 한 줄기 빛 같은 사랑의 참고서가 필요하다면, 개봉한 로맨스 영화들을 주목해볼 것! 영화로 보는 사랑의 문답들을 모아보았다. 

▶ <해피 뉴 이어> 2021년 12월 29일 개봉

줄거리 15년째 남사친에게 고백을 망설이는 호텔리어 소진(한지민). 그런 소진의 속도 모른 채 여자친구 영주(고성희)와 초고속 결혼을 발표하는 승효(김영광). 모든 걸 다 가졌지만 짝수 강박증이 있는 호텔 엠로스의 대표 용진(이동욱).

뮤지컬 배우의 꿈을 꾸는 하우스키퍼 이영(원진아). 공무원 시험 낙방 5년 차, 되는 일 없는 호텔 투숙객 재용(강하늘)과 그에게 모닝콜을 전하는 콜센터 직원. 

재계약을 앞둔 가수 이강(서강준)과 매니저 상훈(이광수). 40년 만에 만난 첫사랑이자 호텔 도어맨인 상규(정진영)와 캐서린(이혜영).

매주 토요일 호텔 라운지에서 새로운 인연을 기다리는 맞선남 진호(이진욱)까지. 호텔 엠로스에는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인연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Q. 목소리만으로도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요?

극 중 재용과 콜센터 직원은 짧은 모닝콜 통화를 통해 서로에게 빠져들기 시작한다. 얼굴도 신원도 모르는 이들이 짧은 시간 내에 서로에게 빠져들 수 있던 이유는 바로 ‘공감’이었다.

만년 공시생으로 우울한 삶을 사는 재용, 매일 똑같은 일상을 도돌이표처럼 살아가는 콜센터 직원. 다른 듯 비슷한 삶을 사는 이들에게 시시콜콜한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모닝콜 통화는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일상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도 이런 일이 가능할까? 수화기 너머의 신원 불명 상대에게 쉽게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인공지능 목소리와 사랑에 빠지는 영화 <HER>에서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결국 우리는 모두 같은 존재예요.” 사랑에 빠지는 이유와 법칙, 시간에 대해 많은 이가 과학적으로 설명해내려 하지만 정답은 없다.

사랑에 빠지는 건 조건도 편견도 없는 그저 운명일 뿐. 듣기 좋은 목소리와 다정한 마음만 가지고 있다면, 사랑할 자격도 사랑받을 자격도 충분하다.

Q. 수십 년이 지나도 사랑의 감정이 되살아날 수 있을까요?

과거의 첫사랑, 혹은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랑이 있다면 잠시 눈을 감고 기억을 떠올려보자. 어떤가. 이불을 ‘뻥!’ 차버리고 싶은 나의 미숙함만 떠오른다면 그건 ‘연애’에 대한 아쉬움일 터.

하지만 상대와 함께했던 좋은 시간과 그때의 설렘을 떠올렸다면 그건 ‘사랑’에 대한 아쉬움일 것이다. 상규와 캐서린의 이야기가 여기에 해당된다.

수십 년 전에 어쩔 수 없이 헤어졌지만 40년이란 긴 세월이 흘러 만나게 된 이들. 긴 시간 동안 변치 않고 사랑해온 것은 아니지만, 두 사람 모두 서로에 대한 소중한 감정을 간직하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전 남친, 전 여친을 어떻게 웃으며 만날 수 있을까. 나의 전 애인을 마주친다는 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지만, 인생에 잊히지 않는 얼굴 하나쯤 혹은 감정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상규와 캐서린은 서로에게 그런 존재였을 터. 극 중 상규의 역을 맡은 배우 정진영은 언론시사회 당시 두 사람의 에피소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젊은이들의 사랑이 욕망을 드러내는 사랑이라면, 나이 든 사람들의 사랑은 욕망을 절제하는 사랑이 아닐까.”

수십 년을 같은 온도로 사랑한다는 건 어려운 일일지 모르지만 그것이 좋은 기억과 사랑이라면 다시 꺼내 봐도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지 않을까. 그땐 배우 정진영의 말처럼 좀 더 다듬어진 감정으로 말이다.

Q. 기적이란 게 정말 존재할까요?

영화 <해피 뉴 이어>에서는 마법과도 같은 기적이 계속된다.

생을 마감하려는 고시생과 콜센터 직원의 우연한 통화, 짝수의 이름을 가진 호텔 메이드와 짝수 강박증 호텔 대표의 우연한 만남, 젊은 시절 사랑을 나누다 헤어진 이들의 수십 년 후 우연한 재회와 같은.

모든 게 클리셰 같지만, 클리셰이기 때문에 기적과도 같은 사랑들이다. 기적은 기적일 뿐,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현실주의자들이 있을 거다.

그러나 우리 인생에는 분명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이 존재한다. 우리가 마주하는 수많은 우연이 그 증거일 수도. 그리고 기적이 없다면 늘 똑같은 일상이, 영화 속에 반짝이는 홀리데이가, 우리의 사랑이 과연 재미있을까.

기적이 있기에 우리에겐 희망이 존재하고, 사랑이 존재한다. 수많은 사람 중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발견하고, 그 사람과 마주하게 되고, 또 그 사람도 나를 사랑하게 되는 확률은 과연 몇 퍼센트일까.

이처럼 서로 사랑에 빠지는 일은 확률을 따질 수 없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우린 이미 ‘사랑’이라는 기적을 마주하고 있다는 걸 명심하자.

Q. 오래된 짝사랑은 이뤄지지 않는 걸까요?

소진은 남사친 승효를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짝사랑해온 인물이다. 소진의 짝사랑이 장기전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는 소심한 사람도 아니고, 매력이 없는 사람도 아닌데. 모든 사랑은 ‘타이밍’의 제약을 받는다. 인연을 시작하는 만남도, 사랑을 시작하는 고백도, 만남을 그만두는 이별까지 모두 타이밍이 결정한다.

즉,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는 것은 인연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타이밍이 최악인 고백이 성공할 리가 없을 테니. 짝사랑이 오래됐다는 것은 그저 적절한 타이밍을 찾지 못했다는 의미다.

냉정하게 말해 짝사랑이 얼마나 됐는지는 중요치 않다. 두 사람, 쌍방의 마음이 맞는 타이밍이 언제인가가 더 중요할 뿐.

오랜 짝사랑이라도 최고의 타이밍을 맞이한다면 사랑을 이룰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혼자 마음을 정리해야 하겠지만.

그러니 자신의 짝사랑이 너무 케케묵었다고 고민할 필요도, 너무 가볍다고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뜻이다. 소진이 결국, 어떤 타이밍을 잡게 됐을지는 영화 <해피 뉴 이어>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혜리 기자 news@wedding21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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