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첩장... 주는 마음 & 받는 마음
청첩장... 주는 마음 & 받는 마음
  • 한혜리 기자
  • 승인 2022.05.29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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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오래간만에 친구에게 연락하려면, 대화 앞머리에 “보험 X, 옥장판 X, 청첩장 X”를 달아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야말로 ‘웃픈’ 농담. 웃기면서도 씁쓸한 마음이 한편에 자리 잡는다. 아직 미혼인 나는 오늘도 친구들에게 메신저를 보내며 고민한다. 

“(보험 X, 옥장판 X, 청첩장 X) 우리 오랜만에 닭발에 소주나 한잔할까?”
 

사진 : 예랑카드 청첩장

A는 이전 회사에 다닐 적 꽤 친했던 후배다. 재직 당시 서로의 연애담을 스스럼없이 주고받고, 퇴사 후에도 SNS로 곧잘 소식을 주고받는 사이다.

물론 퇴사와 코로나란 핑계로 얼굴을 마주 본 지는 꽤 되었지만. 한동안 못 만난 A의 SNS에는 결혼을 준비하는 듯한 모습들이 올라왔고, 나는 A가 청첩장을 주면 온 마음을 다해 축하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감감무소식인 게 이상했다. 받을 준비도 되어 있고, 마음을 담은 축하를 전할 준비도 완벽히 했는데, 나만의 착각이었다니. 괜히 씁쓸해질 때쯤 SNS 메시지를 통해나마 “축하한다”는 말을 전했다.

A는 특유의 활기찬 리액션으로 축하 메시지를 반기며, “미안하다”는 사과를 전했다. A의 사정은 이랬다.

그가 결혼을 결심하던 당시, 코로나의 확진율과 파급력은 어마어마했었고 나에게 청첩장을 전하고 싶었으나 ‘이런 시국에 연락이 뜸한 후배 결혼식에 와줄까?’란 고민에 다다르다 시간이 지나버렸다고.

그러고선 조심스럽게 청첩장을 실물로 주고 싶다고 만남을 청해왔다. A의 조심스러운 마음에 나는 더욱더 호들갑스럽게 화답을 보냈다.

그래서 만났냐고? 확진자 동선이 겹치는 바람에 2주를 격리해야 했던 우리는 결국 결혼식에서나 얼굴을 보게 됐다. 모바일 청첩장의 필요성이 새삼 중요하게 느껴지는 때였다. 

반면 A와 달리 B는 대학 휴학 후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던 친구다. 그런 그와 연락을 한 건 근 10여 년만.

그동안 SNS를 통해 건강한 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다였다. 아마 B도 그러했을 터. 그러다 갑작스럽게 연락이 닿았다.

“잘 지내지?”라고 운을 띄우며 연락을 청해온 B. 나는 오랜만이라는 생각만으로 반갑게 답을 했다. 10년 만에 주고받는 대학 시절 동창들 이야기도 즐거웠다.

이야기 끝에 B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결혼 소식을 알렸다. 청첩장을 주고 싶으니 만나자는 이야기와 함께.

B가 연락해온 진짜 이유가 드러났다. 너무 갑작스러웠던 나머지 나는 변변찮은 축하 메시지를 보내버렸다. 결국 우리의 만남은 흐지부지되었고, B의 결혼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SNS 속 사진으로만 확인했다. 

그때 내가 더욱 적극적으로 축하했다면 우린 다시 만났을까.

아마 B는 내 미적지근한 반응에 적극적으로 만남을 추진하지 못했을 거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내심 미안하면서 동시에 씁쓸한 마음이 일었다. 왜 우리는 10년 사이에 그냥 ‘보고 싶다’는 이유로 만나지 못했을까. 

왜 우리는 ‘청첩장’이란 매개체가 있어야 볼 이유가 생기는 사이가 되었을까. 

A와 B의 차이는 ‘마음의 준비’라는 걸 곧 깨달았다. 친밀함을 쌓아오던 A에게는 무의식적으로 늘 ‘받을 준비’를 해왔던 것 같다.

그들의 연애를 지켜보고 응원하던 제삼자로서 말이다. 그리고 나는 ‘보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온전한 축하의 마음을 보낼 준비.

짝사랑이 이뤄지지 않듯, 마음은 결국 쌍방이어야 온전한 형태로 나타난다. 주는 마음과 받는 마음이 완벽히 준비되어야 순수한 축하를 전할 수 있다. 그 마음들은 함께하던 시간에서 비롯되는 거고.

그러니까 A에게 온 마음을 다해 축하를 전할 수 있었던 거다. SNS 사진 속 행복하게 웃고 있는 B의 모습만큼, 앞으로의 결혼 생활도 예쁘게 웃는 날이 많기를 바랄 뿐. 결혼식에 참석한 A에게 보내는 마음도 마찬가지다.

모바일 청첩장을 주고받더라도 그를 축하할 마음이 준비되었다면, 청첩장을 마주할 때 설렘은 똑같다. 그 안에 담긴 신랑신부의 마음은 같을 테니까. 그리고 결혼식에 참석하여 그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결국, “잘 왔다!”라는 마음이 절로 들게 됨을 느낄 수 있을 거다.

A의 결혼식, 혹은 그 이전의 수많은 결혼식에 참석했던 내 마음이 그랬고, 하객 대부분의 마음이 그러할 테니.

그러니, 부디 나와 친밀하게 지낸 이들이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 앞머리에 “청첩장 X”는 붙이지 말길 바랄 뿐이다. 이미 그들에게는 주는 마음과 받는 마음이 충분히 준비되어 있을 테니까.

▷ 결혼 선배들이 주는 마음

“결혼은 세상에서 내가 제일 사랑하는 연인이 내 가족이 되는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함께 아침을 열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둘만의 둥지에서 행복한 소꿉놀이가 계속되기를 바랄게요!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해요!” - 익명의 선배 D

“결혼식은 출발선, 결혼 생활은 마라톤과 같습니다. 무엇보다 기나긴 장기전이죠. 지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해요. 부디 지금의 각오, 마음이 변하지 않도록 서로 다독이며 잘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행복해야 해요!” - 익명의 선배 E

“결혼식에서 울고 웃는 신랑신부의 모습을 보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어요. 그들의 일상도 그 모습처럼 예쁜 시간이 가득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인생이 늘 좋을 순 없겠지만, 화초를 가꾸듯 행복도 가꿔야 잘 자라나는 법이거든요! 온 마음으로 그들의 행복을 축하합니다!” - 익명의 선배F

한혜리 기자 news@wedding21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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