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유행하는 반반문화속 '결혼, 이혼'마저 반반...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사랑의 굴레
[칼럼] 유행하는 반반문화속 '결혼, 이혼'마저 반반...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사랑의 굴레
  • 한혜리 기자
  • 승인 2022.09.03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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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인생에서 만남과 헤어짐은 수도 없이 이어진다. 그것이 짧든 길든, 만남은 출발선, 헤어짐은 결승선처럼 꼭 마쳐야 하는 일마냥 경험하게 된다.

이는 모두가 알고 있는 인생의 진리다. 그래서 결혼이 신기하다는 거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영원히 서로를 사랑해야 한다.’

인생의 진리를 알고 있음에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서약을 맺는다. 하지만 이들에게마저도 헤어짐은 다가온다.

그러고 나면 다시는 약속하고 싶지 않을 텐데도, 운명처럼 찾아온 새로운 사랑은 또다시 기약 없는 약속을 하게 만든다.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라는 노래 제목이 새로운 진리로 새겨지는 순간이다. 이 이야기는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사랑의 굴레에 대한 고찰이다.

왜 헤어지는 걸까?
 

사진 : 결혼이야기 포스터
사진 : 결혼이야기 스틸컷

노아 바움백 감독의 영화 <결혼 이야기>는 두 사람이 서로의 장점을 나열하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주인공 찰리(아담 드라이버)와 니콜(스칼릿 조핸슨)은 이혼을 조정 중인 커플이다.

이들이 나열하는 서로의 장점은 매우 상세하다. 그도 그럴 것이 몇 년을 함께, 한집에서 살아왔으니까. 둘은 묘하게 어울린다. 두 사람의 장점을 번갈아 듣다 보면 서로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다른 점이 많지만,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리는 커플이다. 이렇게 잘 맞는 커플이, 이렇게 이상적인 가정이 왜 이별을 앞둔 ‘이혼 조정 중의 커플’이 되었을까.

얼마 전, SNS에는 가정 법원에 이혼을 접수하려고 줄을 선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화제가 됐다. 이에 관련된 현실을 말하자면, 애석하게도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9위로 이혼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 혼인 건수는 19만3000건을 기록했다. 반면 이혼 건수는 10만2000건을 기록했다. 혼인 수 절반에 가까운 부부가 이혼을 감행한 것.

결혼은 갖가지 과정을 거쳐 두 사람이 법적으로 결합하는 일이다. 그 과정에선 영원의 서약도 주고받고, 생활의 모든 걸 교류한다. 웬만큼 단단한 결심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이혼 과정은 더 복잡하다. 법적으로 가족이 됐던 이들은, 남이 되기 위해 또다시 법적 절차를 밟는다. 이때는 서로의 단점을 폭로하며 영원의 서약 대신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받는다. 이처럼 결혼과 이혼은 모두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도 매년 10만여 커플이 ‘헤어질 결심’을 실행에 옮긴다. 이혼의 가장 많은 이유로 꼽히는 건 여전히 ‘성격 차이’다. 누구의 귀책 사유라고 정하기 애매한 사유지만, 무엇보다 확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가장 많은 이유를 포괄하는 단어이기도 하고. 시간이 독이 될 때가 있다. 특히 사랑하는 관계 사이에서 그렇다. 

쉽게 말해, 설렘과 풋풋한 감정이 있을 땐 ‘나’의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 애쓴다. 하지만 그 시간이 지나고 서로가 익숙해지면 어쩔 수 없이 다른 면도 보여주게 된다.

그 모습은 한 사람의 치명적 단점일 수도 있고, 상대방과 절대적으로 다른 성향일 수도 있다. 전자는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정도면 그만이지만, 후자는 생각보다 큰 이해심을 요구한다.

그런 면까지 포용하는 게 사랑 아니냐고? 노랫말에 빗대어 보자면, ‘어떻게 다른 점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면을 남이 사랑해줄 거라는 오만.

거기서부터 이해의 균열이 발생한다. 그리고 그런 ‘다른 면’들은 일상에서 예상치 못하게 불쑥 튀어나오곤 한다. 

‘다름’을 느끼는 순간은 대체로 사소하다. 양말을 벗어두는 방법이라든가, 냉장고를 정리하는 방법 같은 사소함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소함이 헤어짐의 주된 이유가 될 순 없다. 다만, 사소함이 오랜 시간 쌓이면서 엉킨 매듭처럼 복잡한 감정을 만들고, 그 사소함이 마침내 도화선이 되어 불이 붙는 것이다.

다시 <결혼 이야기>의 찰리와 니콜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면, 니콜은 소개받은 이혼 전문 변호사에게 찰리와 왜 어긋나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속내를 털어놓는다.

LA에 살고 싶었고, 자신의 힘으로 무대에 서고 싶었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독립적인 인간이고 싶었던 니콜. 그런 니콜을 전혀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 찰리. 물론 찰리가 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가졌다는 유책 사유가 있었지만, 니콜이 가장 못 견딘 것은 바로 찰리의 무지함이었다.

니콜은 찰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난 계속 죄책감에 시달렸는데 그는 자기 생각뿐이었죠, 나 혼자 하는 게임이에요.” 

현대 사회는 내 마음을 지키기도 버거운 일상이 계속된다. 빠른 시간 안에 극단적인 효율을 바라는 세상. 우리는 바쁘게 사는 중에 최고의 성과를 끌어내야 한다. 말만 들어도 벅찬 현실이다.

그래서일까, 더욱 마음의 여유가 줄어든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기도 힘들 정도로 각박해졌다. 내 마음 챙기기도 힘든데, 누굴 돌아본다는 말인가. 그런 점에서 이 시대의 ‘사랑’은 대단한 가치라고 할 수 있다. 

끊임없이 상대를 돌아보고, 헤아리는 일이니까. 결국 사랑의 결실이라는 ‘결혼’ 역시 대단한 성과인 것이다. 

부부란 어쩌면 가장 어려운 인간관계일 수도. 이전까지는 완전히 남이었다가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로 맺어지니까.

부모와 함께 지냈던 세월을 초월해야 하고, 친구의 심리적 거리감을 초월해야 하는 사이니까. 어려울 수밖에 없고, 매 순간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서로의 어떤 면을 이해할 수 없는 건 당연하고, 그 다름의 차이를 현실에 순응시키느냐의 문제는 오로지 부부의 일이다. 사람들은 그렇게 헤어진다. 

왜 다시 사랑하는 걸까?
 

사진 : 돌싱글즈 포스터
사진 : 돌싱글즈 스틸컷

MBN 관찰 예능 프로그램 <돌싱글즈>는 이혼 경험이 있는 남녀들의 연애부터 동거까지를 다루는 로맨스 미팅 프로그램이다. 결혼과 이혼을 경험한 이들의 솔직한 ‘썸’의 과정을 그려낸다.

그중엔 실제 재혼으로 이어진 ‘윤남기-이다은’ 커플 같은 행복한 결과도 등장한다. 이 때문에 매회 높은 화제성을 기록하며, 출연자들의 러브라인에 많은 관심이 쏟아진다. 더불어 관심을 받게 되는 건 바로, ‘재혼’이다.

재혼, 사전적 의미로는 ‘이혼 이후 다시 하는 혼인’이다. 결혼을 인륜지대사로 꼽는 이전의 한국 사회에서 이혼은 선뜻 말하기 어려운 일로 치부되었다. 

누가 규정하지도 않았는데, ‘결혼의 실패’라는 인식이 씌워지곤 했다. 이야기하기도 어렵고, 이해를 구하기도 어려운 일. 재혼 역시 마찬가지다. 새로운 사랑을 찾은 일은 축복받아야 마땅하지만, 떳떳하게 얘기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혼은 ‘실패’가 아니라 ‘자기 행복을 찾으려는 다른 방법’으로 여겨지는 시대다. 재혼 역시 당당히 축복받아야 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돌싱글즈>는 재혼과 이혼을 터놓고 말할 수 있게 해준 프로그램이 됐다. 이전의 경험에서 얻은 아픔은 서로 공감하며 절반으로 나누고, 적극적으로 새로운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돌싱글즈 시즌3>의 한 출연자는 이렇게 말한다. “밖에서 나는 소수가 된다. 이해는 해주는데 공감은 받지 못한다.” 하지만 이들은 새로운 사랑을 만나고 새로운 행복을 찾으러 나섰다. 더 이상 숨기고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혼인했던 이들은 ‘함께하는 삶’의 즐거움과 비극을 모두 경험한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재혼’을 택한다는 건, 그만큼 ‘함께하는 삶’의 행복이 비극보다 크기 때문 아닐까.

슬픔은 나누면 절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는 말처럼, 그들은 함께해서 더 큰 기쁨과 행복을 느꼈을 터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 눈앞에 행복해질 기회가 주어진다면, 설령 그것이 이전과 같은 방식이라 해도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사람의 앞날은 모르는 거라지만, 주어진 사랑과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그것이 바로 행복에 가까워질 높은 확률일 테니까. 그래서 우리는 다시 사랑한다.

한혜리 기자 news@wedding21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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